학교의 외형은 별로다. 누더기를 입은 사람처럼 건물이 시커멓다. 안에 들어서면 옆 교실 소리가 다 들리는 벌레 먹은 판자 칸막이, 구멍 난 양철 지붕에 벽이 없어 비가 들이치는 체육관이 안타깝다. 유명한 관광지로 가는 길가에 있어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지나가며 학교 이름을 보니 공연히 마음이 켕긴다. 그래서 이 초라한 한국학교를 풀뿌리 방식으로라도 정성을 모아 좀 더 깔끔한 모습으로 고칠 수는 없을까 하소연을 했던 글이었다.
많은 분이 연락을 했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팔순이 넘은 교육자 출신 선생님, 프랑스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분, 이곳에 사는 동포 등 십시일반으로 보내준 성금이 1만 달러가 넘었다. 대전의 어떤 단체는 학교의 상태를 직접 보고 싶다고 직원을 보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한국계 청년들이 이번 여름방학에 영어와 태권도를 가르치러 올 예정이다. 이곳에서 의류업을 하시는 분들은 다음 달 주말시장에서 재고 옷을 팔아 수익금을 보태겠다고 한다.
3개동, 20여 개의 교실과 강당 겸 체육관을 다 고치려면 3억 원은 들지 않을까 싶다. 우선 이번 연말에는 벽도 없이 비가 들이치는 체육관을 깔끔하게 고치고 페인트칠을 하여 정면에 ‘한국학교’라는 이름을 멋지고 잘 보이게 하려고 생각하는 중이다. 성금이 더 모인다면 교실도 1개동씩 새롭게 고치고 단장할 수 있다. 해마다 체육관에서 열리는 졸업식에서 교장과 함께 졸업장을 주어야 하는 한국의 대표로서 미리부터 마음이 뿌듯해진다. 도와주신 분에게는 지금의 모습과 달라진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관심이 있는 분은 이 학교도 볼 겸 세계적으로 식물과 동물이 가장 다양하고 청정 환경의 대표적인 국가로서 생태관광과 휴양지로 유명한 코스타리카에 관광을 와도 좋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이 매우 높아진 오늘날에는 정부 못지않게 국민과 국민 간의 만남과 소통이 더 근본적이고 소중한 일이 아닐까. 일부 고위관리보다 수백 명의 학생을 만나는 일이 더 필요하고, 총합외교 속에서 민간외교의 몫이 중요한 이유다. 코스타리카 해변에 우리나라 이름을 붙인 이 가난한 대한민국학교를 돕는 데 관심이 있으신 분과 대사관(koco@mofat.go.kr)이나 제 e메일(tmkwon79@mofat.go.kr)로 대화를 하고 싶다.
권태면 주코스타리카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