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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리포트]태양광 전기 활용 어디까지 왔나

입력 | 2010-07-03 03:00:00

전기료 月6만원 내는 가구 1900원이면 ‘끝’




경기 용인시 기흥읍 삼성전자 태양전지 연구개발 라인에서 연구원이 태양전지 셀을 들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지면 디자인 서장원 기자)

“월 9만원 ‘누진제 가구’ 7200원으로 크게 줄어
설치단가 해마다 낮아져 수년 지나면 투자비 회수
가방 휴대전화에도 활용”


매달 전기료로 6만 원가량을 내는 가구가 태양광발전설비를 이용하면 전기료를 얼마나 절약할 수 있을까. 답을 미리 말하자면 월 5만7000원, 연간 68만 원 정도다.

계산은 이렇다. 월 360kWh의 전기를 이용할 때 전기료는 5만9180원 나온다. 시간당 3kW의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하면 대략 월 335kWh의 전기를 얻는다. 원래 사용량(360kWh)보다 모자라는 25kWh만큼만 공급 받아 쓰면 전기료는 1980원이 나온다. 결국 월 5만7200원(5만9180원―1980원=5만7200원)을 아낄 수 있고 연간 68만6000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전기를 많이 써서 9만 원 넘게 전기료를 내는 가구는 태양광을 통해 더 많은 돈을 아낄 수 있다. 주택용 전력은 많이 쓸수록 세율이 높은 누진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전력사용량이 많을수록 절감 효과가 커지는 것. 전기료를 월 9만4720원(450kWh 사용) 내던 가구는 태양광발전량(335kWh) 만큼 돈을 아껴 월 7217원(부족분 115kWh에 대한 전기료)만 내면 되므로 월 8만7503원, 연간 105만 원의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 주변 펜션에도 설치 권유


경기 안산시 대부도에서 2층 펜션을 운영하는 현영희(가명·62) 씨는 2007년 주택 지붕에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해 꽤 재미를 보고 있다. 처음 현 씨는 ‘설마 전기료가 절약될까’ 의심을 했다. 현 씨는 정부에서 설치보조금도 나온다는 말에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남향집이라 해도 집열판이 햇빛을 100% 흡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붕의 모양, 경사각도 등을 따져 설치했다.

태양광설비는 햇볕이 내리쬐는 낮시간에 전력량계가 거꾸로 돌아가며 전기를 비축했다. 현 씨는 태양광설비를 설치한 후 전기료가 뚝 떨어져 깜짝 놀랐다. 여름철 전기료는 한 달에 보통 30만 원씩 나왔는데 태양광설비를 설치하자 8만 원대로 떨어졌기 때문.

현 씨는 “펜션에는 TV, 냉장고 등 각종 가전제품이 많은 데다 우리 펜션에는 에어컨도 5대나 돼 전기료가 많이 나오는 편”이라며 “태양광발전설비 덕에 전기를 아낀 후로는 주변 펜션에도 설치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태양에너지를 내 집에서 직접 쓴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고 신기해서인지 손님도 많아졌다”고 흐뭇해했다.

○ 설비 설치비용 847만 원가량 들어


태양광발전설비에 대한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올해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산출한 태양광에너지설비의 설치단가는 kW당 565만 원이다. 지난해 721만 원에 비해 훨씬 싸졌다. 하루 3kWh의 전력을 생산하는 설비를 설치하려면 1695만 원(3kWh×565만 원)이 필요하다. 정부로부터 50%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실제 부담해야 하는 돈은 847만5000원 정도다.

매달 6만 원의 전기료를 내는 가정이라면 12.4년이면 투자비용을 뽑아내고 이후에는 전기를 거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매달 9만 원의 전기료를 내는 가정은 8.07년이면 투자비용을 뽑는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관계자는 “주택용 태양광발전시스템 설치 단가는 매년 낮아지는 추세여서 앞으로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하는 사람은 더욱 이른 기간에 투자비를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태양전지 충전기도 나와

태양광을 응용한 다양한 신제품도 쏟아지고 있다. 이건창호는 염료를 입힌 투명 유리가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DSSC)를 개발 중이다. 기존 태양전지와 달리 투명하기 때문에 건물이나 자동차 창문에 부착할 수 있고 유리를 대신해 마감재로 쓸 수 있다.

2050년엔 태양광 발전이 전체 전력의 25% 차지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효율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낮은 편이지만 제조단가가 실리콘 태양전지의 3분의 1 수준인 것도 매력이다.

일본 소니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이용해 소형 ‘태양전지 충전기’를 만들었다. 이 충전기는 실내조명만으로도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소니가 충전기의 발전효율 등을 검증하고 있다”며 “내년 중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에너지기술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충전용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 샤프는 태양전지가 내장된 휴대전화를 최초로 제품화했다.

미국 소재 태양광 응용제품 업체인 볼타익시스템은 태양전지가 붙어 있는 가방을 판매한다. 이 가방은 태양광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충전된 에너지로 휴대용 디지털 제품을 다시 충전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가격은 199∼499달러(약 24만∼60만 원)로 다소 비싼 편이다.

○ 벤치 그늘막으로도 태양광집열판을

최근에는 태양광집열판을 설치한 아파트단지도 늘고 있다. 동부건설이 지난해 10월 조성한 경기 남양주시 ‘진접센트레빌시티’는 벤치 지붕 위에 태양광집열판을 설치한 뒤 이를 지하주차장의 전등을 켜는 데 활용하는 ‘태양열 퍼걸러(그늘막)’를 만들었다. 동부건설은 앞으로 이 기술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서울과 동작구 흑석뉴타운 센트레빌 등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올해부터 태양전지모듈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한 LG전자는 올 초 대구에서 열린 전시회에 태양광집열판을 그늘막으로 쓴 버스정류장을 선보였다. 버스정류장에 내리쬐는 태양광을 전기로 바꿔 냉난방시설을 가동해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서울시가 9월 완공을 목표로 조성 중인 잠원한강공원 내 ‘기후놀이터’에서도 다양한 태양광에너지 응용제품을 볼 수 있게 된다. 기후를 테마로 한 이 공원에는 햇빛과 바람에서 뽑아내는 에너지 외에도 자전거나 허리돌리기 기구 등 운동기기를 사용할 때 나오는 에너지를 활용한 각종 기구가 설치된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전력은 가로등과 음향기기 작동에 쓰인다. 공원에 설치된 액정표시장치(LED) 전광판에는 에너지발전량, 탄소저감량이 표시된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태양광발전으로 960W, 풍력발전으로 54W, 운동기구로 160W 등 일일 1174W의 전력이 친환경 자연에너지를 통해 얻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태양광시장 올해 115% 성장 예상

전 세계 태양광시장은 점점 규모가 커지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이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태양광사업을 선정하고 설비투자를 진행 중이다. 해외시장에서도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태양광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치솟는 유가에 대비해 대체에너지 개발 및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태양광산업협회(EPIA)에 따르면 2009년 태양광시장은 7.2GW(기가와트) 규모로 2008년 6.1GW에 비해 18.3% 성장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15% 성장한 15.5GW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많은 업체가 태양광발전산업에 참가하면서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전지, 모듈, 시스템 등의 태양광설비의 부품가격이 내려가고 이에 따라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태양광 전기와 화석연료 전기 가격이 같아지는 시점)’ 도달 시점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3∼2015년이면 그리드 패리티가 올 것”이라며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면서 그린에너지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드 패리티가 오는 시기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화석연료 전기료가 비싸고 태양빛이 강렬한 지역에서는 일찍 오는 반면 전기료가 싸고 태양빛이 흐린 지역에서는 느리게 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이탈리아 등지에는 그리드 패리티가 일찍 오고 이집트, 아르헨티나, 페루 등은 조금 늦게 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이면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할 것으로 에너지관리공단은 내다봤다. 공단 측은 “태양광발전은 2050년 이내에 전체 발전량의 25%를 담당하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거대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전국 3만8535가구 실용화… 설치비 50% 지원

■ 태양광 설비 이용하려면

국내 태양광발전설비를 구비한 일반 가정집은 총 3만8535가구에 달한다. 일조량이 많은 전남 경남지역에 많다. 정부는 2020년까지 100만 가구에 태양광발전설비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로 ‘그린홈 100만 호 보급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태양광시스템을 설치할 때 설치비의 50%를 보조금으로 제공해 더 많은 가구가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정부보조금을 받아 주택에 태양광시스템을 설치하려면 에너지관리공단이 선정한 태양광발전설비 우수 기업에 신청하면 된다. 에너지관리공단은 매년 우수 기업을 선정하는데 올해는 148개 업체를 선정했다. 업체 정보는 공단 부설기관인 신재생에너지센터 홈페이지(www.knrec.or.kr) 공지사항에서 볼 수 있다.

일반 개인주택에 설치할 수 있는 최대 전력량은 하루 3kW 수준이다. 집열판 크기는 26.4∼33m²(8∼10평) 정도. 공사는 대개 2주일이면 끝난다.

신재생에너지센터 관계자는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한 가구 중에는 전기료로 월 5만∼10만 원을 내는 가정이 대부분”이라며 “전기를 많이 쓰는 집일수록 전기료를 더 많이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설치 신청만 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 예산이 정해져 있기 때문. 정부는 올해 1만5000가구에 태양광시스템을 설치할 방침이다. 6월 말 현재 8400여 가구에 시스템이 설치됐고 올해 설치 예정인 가구는 이미 모두 정해져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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