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女뇌구조-호르몬 달라교육으로 바꾸는 데 한계성 중립적 사회에 약화된옛 남성다움의 회복 강조
◇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루안 브리젠딘 지음·황혜숙 옮김/272쪽·1만3000원/리더스북
◇남자다움에 관하여/하비 맨스필드 지음·이광조 옮김/484쪽·2만3000원/이후
이런 차이를 학자들은 여러 방식으로 규명한다. 선천적 기질에 따른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후천적 환경이나 학습의 영향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의 루안 브리젠딘 교수는 뇌의 차이를 통해 양성의 기질 차이를 설명한다.
뇌는 임신 8주부터 발달한다. 태아가 남자일 경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먼저 뇌를 남성화한 후 다른 호르몬인 뮐러관억제물질(MIS)과 힘을 합쳐 뇌에서 여성적 특징을 제거한다. 이 호르몬들은 출생 이후 남자아이에게 움직이는 물체를 찾아내 쫓아가고, 목표를 명중시키고, 적을 격퇴하는 놀이를 하고 싶은 욕구를 촉발한다.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나이의 남자아이는 힘과 공격성을 과시할 때 뇌의 신경화학적 작용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완력과 욕설을 함께 사용하면 효과는 더욱 좋다. 아동연구가 엘리너 매코비에 따르면 이런 식의 놀이는 뇌에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 기분을 좋게 만들기 때문에 남자아이들은 늘 더 강한 전율을 추구하게 된다.
청소년기에 이르면 남자의 테스토스테론은 20배 증가한다. 시각에 의해 성적으로 끌리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에 여성의 몸매에 집중하게 된다.
성인기 남자의 뇌는 테스토스테론이 계속 높은 수치를 유지하며 짝짓기와 섹스, 보호, 위계질서에 집중한다. 그러다 아이를 낳으면서 남자의 뇌는 큰 변화를 겪는다. 아내의 임신 기간과 출산 직후 남편의 프로락틴 수치는 올라가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떨어진다. 이에 따라 성적 욕구는 억제되며 아기의 울음을 들을 수 있도록 청각회로가 발달한다.
남자는 왜 여자와 차이를 보일까. ‘남자다움’이란 어떤 것인가. ‘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에서 저자 루안 브리젠딘 교수는 뇌의 차이가 남녀의 차이를 결정짓는다고 설명하고, ‘남자다움에 관하여’를 쓴 하비 맨스필드 교수는 성적 중립을 추구하는 현실이 ‘남자다움’을 약화시킨다고 역설한다. 그래픽 박초희 기자
이 같은 사실에 비추어 브리젠딘 교수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뇌의 차이에 따른 것이므로 교육을 통해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결론짓는다.
‘남자다움에 관하여’는 다른 방식으로 남녀의 차이를 설명한다. 저자는 하버드대 정치학과의 하비 맨스필드 교수. 그는 미국 우파 학계의 거물이며 네오콘의 핵심 이론가로서 보수적 입장을 대변해 왔다. 남녀의 차이를 얘기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남자다움(Manliness)’에 대해 얘기하고 남자다움의 회복을 강조하는 게 책의 요지다.
그는 성 중립적 사회의 특성을 ‘성적 구분을 자유의 비합리적인 장애물로 간주하는’ 사회로 설명한다. 그러나 겉으로는 성 중립적 사회로 보여도 오늘날의 현실에서 변한 것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고위 정치가는 여전히 남성들 몫이며, 새로운 발견을 하고 이론을 개척하고 상을 받고 회사를 창업하는 사람들은 대개 남성이라는 설명이다.
‘남자다움’의 표상으로 저자는 아킬레우스를 들고, 남자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문구로는 ‘노인과 바다’의 “남자는 패배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남자는 파괴될 수 있지만 굴복하지는 않는다”를 꼽았다.
거센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남자다움을 ‘위험 앞에서의 자기 확신’으로 정의하고 “이슬람 파시스트에 대항해 실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는 (전쟁을 선호하고 위험을 즐기는) 남자다움이 중요해진다”는 그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남자다움이 점점 사라지는 현상은 실재적 위협에 직면한 현실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분히 미국의 현실을 염두에 두고 쓴 이 책이 한국 독자들, 특히 여성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