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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정치에 발목” 경제계 탄식 언제쯤 끝날까

입력 | 2010-07-03 03:00:00

공정거래법 수정안 국회 표류
“세종시 수순 밟나…” 우려




“공정거래법 수정안이 세종시 수정안의 수순을 밟는 건 아닌지 걱정이네요.” 세종시 수정법안이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이를 지켜보던 재계 관계자가 탄식처럼 내뱉었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은 지난해 말부터 정치 향방에 따라 갈지(之)자 행보를 보였지요. 그래서 세종시 투자 계획을 세워놓고도 정치권만 바라보며 손놓고 기다려야 했던 관련 기업들은 결국 “믿었던 정책에 발등이 찍혔다”며 허탈해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을 SK그룹과 두산그룹 등도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 역시 공정거래법 수정안이 국회에서 장기 표류함에 따라 경영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수정안 통과 여부에 따라 보유한 금융회사를 매각해야 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반 지주회사에 금융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등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완화가 주요 내용입니다. 개정안은 2008년 7월 국회에 처음 제출됐지만 2년여가 지난 올해 초에야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올해 4월 여야 합의로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그 과정에서 특혜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초 정부안보다 규제완화 범위가 축소됐습니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 통과가 무난히 예상됐던 개정안은 같은 달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법사위는 개별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안의 체계와 형식 등을 심사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박영선 의원은 당시 “일부 대기업 지주회사에 대한 특혜”라며 법안을 다시 법안심사소위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번 6월 회기에도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회법상 법사위는 법안의 자구와 체계만을 심사하기로 돼 있는데 법안 내용을 문제 삼아 처리를 미룬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며 “박 의원이 법안 상정조차 미루고 있다”고 펄쩍 뛰고 있습니다.

결국 금융회사를 보유한 채 지주회사로 전환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행위제한 유예기간’을 받은 기업들은 국회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습니다. 두산은 올해 말까지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두산캐피탈과 BNG증권을 매각해야 하고, SK 역시 내년 7월 유예기간 전까지 SK증권을 매각해야 합니다. 이들 외에 프라임개발, 한국신용정보 등 같은 처지의 중소 지주회사도 적지 않습니다. 기업의 전략 방향에 결정적 차질을 빚게 되는 셈입니다.

재계는 “불확실성이 기업의 최대 적”이라고 말합니다. “정책 혼선이나 정치적 변수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을 도모해야 할 기업이 발목 잡혀서야 되겠냐”는 하소연이 엄살로만 들리진 않습니다.

강혜승 산업부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