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남표총장 연임 성공 이사 18명중 16명 지지 얻고 安교과 만나 사실상 승인받아
안 장관이 부른 것인지, 아니면 서 총장이 면담을 요청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은 그간의 외압설 논란을 종식시켰다. 안 장관이 서 총장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의 승인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KAIST 이사회가 이사 18명 중 16명의 찬성으로 서 총장을 재선임하기로 의결했지만, 이사회 의결은 최종적으로 교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서 총장은 안 장관을 만난 직후 동아일보 기자에게 “말이 많았는데 내가 덕이 모자라 그런 것 같고, 앞으로 소통에 신경쓰겠다”며 “(교과부와의 불협화음은) 잘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외압설의 정황으로 거론됐던 이사회 정관 문제도 일사천리로 해결됐다. KAIST 정관은 총장후보선임위원회가 총장 후보를 3명 이내로 압축해 이사회에 추천하도록 돼 있다. 서 총장의 임기만료일은 13일. KAIST 총장후보선임위는 이에 따라 지난달 7일과 14일 후보로 출마한 5명을 놓고 교통정리를 시도했으나 결국 3명 이내로 압축하지 못했다. 공은 이사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교과부 간부가 일부 이사를 만나 ‘총장후보선임위 추천 없이 이사회가 직접 총장을 결정하려면 정관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외압설로 번졌다. 일부 언론은 ‘교과부가 서 총장의 연임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는 보도까지 했다.
서 총장 연임을 둘러싼 외압설은 이렇게 일단락됐지만 모든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사회의 재선임 결정 이후에도 이번 파동이 교과부의 외압 때문에 빚어진 것인지, 아니면 서 총장 측의 언론플레이 탓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서 총장 측은 개혁에 대한 반감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테뉴어(정년보장) 심사 강화, 100% 영어 강의 도입 등 서 총장이 실시한 개혁 정책들은 그동안 KAIST 내부에서 적지 않은 불만을 샀다.
교과부 쪽에서는 서 총장이 그동안 ‘언론플레이’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며 이번 외압설도 서 총장 측에서 ‘자작(自作)’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눈치다. 교과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KAIST는 정부 출연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국책사업과 연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추진해야 할 일도 성급하게 먼저 발표하는 등 서 총장의 일방적 리더십으로 불협화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관계자는 “개혁의 대명사처럼 굳어진 이미지를 이용해 정부와 협의 없이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며 “이번 이사회 소동도 서 총장이 연임을 위해 언론플레이를 벌였다고 생각하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