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 붕괴후 10년…주가로 본 IT기업 위상[끊임없이 자기 혁신]애플, 시가총액 11배로삼성전자도 2.5배로 성장[독점적 지위에 안주]MS-시스코 고객불만 외면소비자 길들이려다 ‘반토막’[코스닥 부침은 더 심해]10년전 주가 폭등 21개사시총 72%↓ - 8개사 퇴출
《2000년에는 기업 이름에 ‘닷컴’을 상징하는 단어만 들어가면 주가가 배 이상 뛰었다. 당시 상장한 지 1, 2개월 된 정보기술(IT) 종목들이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해외에 있는 자녀와 얼굴을 보며 국제전화를 하고, 휴대전화로 인터넷과 TV를 보고 결제도 하는 등 IT를 기반으로 한 ‘신(新)세계’는 영원히 발전할 것 같았다. 올해는 IT 버블이 2000년 세계 증시를 부풀렸다가 터진 지 10년째 되는 해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시 꿈꿨던 IT 혁명은 현재 대부분 이뤄졌지만 승리한 기업은 끝없이 자기 혁신을 한 일부 기업뿐”이라며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4일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계 주요 IT 기업들의 지난달 초 시가총액은 미국 나스닥지수가 5048.62로 사상 최고치였던 2000년 3월 10일에서 반 토막이 났다. MS의 시가총액은 10년 전 5228억7700만 달러였지만 지금은 42.4%인 2216억3800만 달러다. 시스코시스템스는 4698억1200만 달러에서 1299억8600만 달러로 거의 4분의 1 토막이 났다. 인텔은 3분의 1로, 델은 5분의 1로 줄었다.
반면 당시 시가총액이 202억74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애플은 11배가 넘는 2275억8700만 달러, 365억5900만 달러였던 삼성전자는 2.5배인 938억6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당시 세계 IT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50배가 넘었지만 이런 주가 수준도 당시에는 싸다고 평가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코스닥시장의 부침은 더 심하다. 이익을 한 푼도 못내 PER를 추정하기 어려운 기업이 수두룩했지만 코스닥지수는 3000(당시 지수로는 30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2000년 3월 말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 중 21개가 IT 기업이었으며 그마저 대부분 1999년 말에서 2000년 초에 상장된 기업들이었다. 닷컴이란 꼬리표만 달면 주가가 폭발했다. 하지만 이 중 8개 기업이 상장 폐지됐고 살아남은 기업들도 이름과 사업내용을 바꿨으며 시가총액은 평균 72% 줄었다.
○1위 기업의 한계 극복하고 혁신해야
현대인의 생활과 IT는 떼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IT 혁명이 이미 체화됐는데도 과거 큰 기업들이 성장을 멈춘 건 무엇 때문일까.
기술 변화가 크고 독점력이 강하다는 IT 산업의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콜라, 라면 같은 소비재는 한 번 쓰면 없어지기에 끝없이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지만 MS오피스는 한 번 팔면 몇 년간 새로운 소비를 일으키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IT 산업에서는 지속적인 투자로 새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IT 기업에는 한 번도 투자한 적이 없지만 세계 최대 부호가 됐다.
1위 기업의 ‘한계’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MS나 시스코시스템스는 독점적 지위 때문에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개발하기보다는 소비자를 자사 제품에 길들이려고 해 IT 주도권을 내줬다는 분석이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화제의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