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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정 - 대화 자동저장…수사관, 적극 활용 미지수

입력 | 2010-07-05 03:00:00

경찰 ‘진술영상녹화실’ 대폭 확충… 피의자 가혹행위 사라질까

동시에 여러명 조사못해
예산-인력 부족도 걸림돌
녹화영상 3개월 의무 보관




진술영상녹화실을 대폭 늘리고, 강력범죄 수사 시 이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찰의 ‘피의자 인권보호 방안’은 수사 과정에서의 가혹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가혹행위 예방 위한 감시장치

경찰이 내놓은 대책은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진술영상녹화실에서 피의자 조사가 이뤄지면 수사관과 피의자가 나누는 모든 대화와 수사 과정이 음성 및 영상으로 자동 저장되는 만큼 수사관이 가혹행위를 할 가능성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술영상녹화실에선 폐쇄회로(CC)TV 2대가 설치돼 있는데 이 중 1대는 피조사자를 찍고, 나머지 1대는 조사실 전체를 찍는다. 조사 상황은 외부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음성 또한 실시간으로 모두 녹음된다. 외부에서 녹화장치를 관리하기 때문에 이를 누락하거나 삭제하는 등 조작하기 어렵다. 피조사자와 수사관 외에 별도로 경찰관 1인이 조사 과정에 입회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의 서울 양천서 가혹행위 사건에서는 CCTV 카메라를 돌려놓고 가혹행위를 했다고 하지만 진술영상녹화실에선 이런 편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마약범죄처럼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범죄를 수사할 때는 진술영상녹화실을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해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는 성범죄 피해자 조사나 피의자의 진술이 번복되기 쉬운 강력범죄 등의 조사에 한해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 공간·예산 확보가 관건

하지만 진술영상녹화실 900여 개를 추가로 설치하는 데는 선결 과제가 적지 않다. 당장 설치 공간과 예산 확보가 문제다. 대부분의 경찰서 공간은 포화 상태로 진술영상녹화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진술영상녹화실 1곳을 설치하는 데 2000만 원가량이 든다. 경찰 계획대로 940개를 늘릴 경우 188억 원이 필요하다. 경찰청은 단계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그리고 국회를 상대로 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잘못한 것만 나무라지 말고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한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진술영상녹화실을 대폭 늘리더라도 수사관들이 적극 활용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지방경찰청은 진술영상녹화실에서 조사하면 성과지표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사용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진술영상녹화실은 한꺼번에 여러 명을 조사할 수 없어 실제 활용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 수사·형사과장 인권보호 교육

경찰은 또 다른 피의자 인권보호 방안으로 경찰서 내 모든 조사실의 CCTV 녹화영상을 누락하거나 삭제하지 못하도록 3개월간 의무 보관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8일 충남 아산시 경찰교육원에서 전국 경찰관서 수사·형사과장들을 소집해 인권교육을 한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