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방 선거를 앞두고 한 강남 학원장에게 '학원가에서는 어떤 교육감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묻자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답했다. "학원가는 원래 진보 성향 후보를 지지한다. 2007년 선거 때도 주경복 후보를 지지했다"고도 말했다.
처음엔 그저 개인 성향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다른 학원가 종사자들도 거의 예외 없이 같은 대답을 했다. "진보 교육감은 학력 경쟁을 지양하기 때문에 학원에 불리한 것 아니냐"고 묻자 '참 순진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강사도 있었다. "학교에서 공부를 안 시켜야 학원이 더 잘 된다"는 것이 돌아온 답변이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현 정부도 야심차게 추진한 '학원 심야 교습 제한'이 표류하며 학원과의 1차 전쟁에서 보기 좋게 한 방 먹었다. 교육계에서는 '학원가 로비가 영향을 끼쳤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5일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현 교육위원회 임기가 끝나는 8월 말까지 학원 수업을 오후 10시까지만 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어 달라"고 다시 부탁했다. 하지만 15개 시도 교육위원회가 부탁을 들어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폭리가 아니면 학원비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맞다'는 법원 판결도 사교육 정책에 타격이 될 우려가 크다. 부교육감 회의에서도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 학원비가 크게 오르지 않도록 해달라"는 주문이 나왔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공부가 '주특기'인 아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의 적성과 수월성도 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원이 가장 꺼려하는 건 공부 잘 하는 아이가 자기네 학원을 찾지 않는 것이다.
공부를 잘 한다는 이유만으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주장하는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의 예외가 되서는 안된다. 곽 교육감은 "(자율학습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면 안 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자녀를 학원에 맡기는 학부모도 상당수다.
황규인 교육복지부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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