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 낯선 내용이 있다. 대통령의 법률 서명과 함께 효력이 발생한다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관보에 법률안을 게재하는 이른바 ‘공포’에 의하여 효력이 발생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송되어온 법률안에 서명하면서 관보 발행일자와의 혼선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정작 서명일자를 쓰지 않는다. 그 대신 관보발행 일자를 대통령 서명 이래에 쓴다. 대통령의 법률 서명이라는 국가 최고 통치행위를 희화화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문서 성립의 완결성 자체에도 커다란 하자이다.
공포(promulgation)의 법률적 의미는 대통령의 법률 서명 절차를 가리키며 법률을 성립(확정)시키는 행위이다. 국내에서 공포의 개념에 혼선이 존재하는 요인은 ‘promulgation’의 번역어인 ‘공포(公布)’라는 한자어가 본래 ‘널리 알리다’라는 의미를 지녀 사람에게 널리 알리는 출판(publication) 행위와 동일시되었기 때문이다.
혼선을 빚는 공포 개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우선 유럽 대륙법의 방식이다. 법률 서명일자, 즉 법률 공포일자와 관보 발행일자를 구분하여 사용한다. 이 방식은 사실을 분명히 반영하고 대통령의 법률 공포권과 대중의 알 권리를 모두 보장한다. 다만 관보 발행을 공포로 규정하는 일이 관행화된 국내에서 공포 규정을 유럽식으로 완전히 바꾸면 적지 않은 혼선을 유발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미국식이다. 즉, 대통령의 법률 서명과 함께 법률이 성립되고 별도의 규정이 없으면 성립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며 관보는 당일 혹은 다음 날까지 발행한다. 관보 발행일자를 경시하는 측면이 있으나 대통령의 법률 공포권은 구현되고 관보 발행 또한 서명 공포에 시간적으로 근접하게 뒤따르므로 절차상의 문제가 매우 적다. 우리나라에서 형해화된 대통령의 법률 서명 상황을 개선함으로써 대통령의 법률 서명이 지니는 본래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