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 리그가 끝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16강전도 마무리되고 8강전도 막을 내렸다. 대회 초반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동반 탈락이 이야깃거리였다면, 2라운드에선 남미 대표들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별다른 이변은 없었다.
하지만 주말에 열린 8강전 네 경기에선 모두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다. 지난 금요일(2일)은 대회조직위원회에겐 악몽 같은 날이었을 것이다. 흥행을 보증하는 확실한 카드인 브라질이 네덜란드에 역전패한 데 이어 아프리카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가나마저 승부차기 끝에 우루과이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펼쳐진 다음 날 경기에서는 독일이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대파하며 불씨를 살렸다.
어쨌든 그 날 밤 파라과이와 스페인의 8강전 입장권을 손에 쥔 난 어린 아이 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엘리스 파크로 향했다. 일본과의 16강전에서 수비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던 파라과이와 초호화 공격진을 보유한 스페인의 대결.
그렇게 해서 4강 대진은 우루과이-네덜란드와 독일-스페인으로 결정됐다.
단골손님 독일을 제외하면 모두들 오랜만에 결승전 문턱에 올라왔다. 여기서 누가 우승을 차지할지를 예상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이겠지만,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아직 한 번도 월드컵을 차지해 본 적이 없는 네덜란드와 스페인이 마지막 경기를 펼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찌 됐든 화끈한 공격 축구로 마지막에 보상을 받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FIFA.COM 에디터
2002 월드컵 때 서울월드컵 경기장 관중안내를 맡으면서 시작된 축구와의 인연. 이후 인터넷에서 축구기사를 쓰며 축구를 종교처럼 믿고 있다.국제축구의 흐름을 꿰뚫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