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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거래 증권사 20곳에 4억 상품권 강매

입력 | 2010-07-08 03:00:00

국민연금공단, 수백조 기금운용 무기로 ‘큰손’ 횡포

투자했던 리조트 적자 쌓여
고액상품 2년간 떠넘겨




국민연금공단이 20개 거래 증권사에 2년 동안 4억 원이 넘는 리조트 상품권을 강매한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연금공단이 투자한 리조트의 적자가 쌓이자 리조트 상품권을 증권사에 떠넘긴 것이다. 증권사들은 262조 원이 넘는 연기금을 운용하는 ‘VIP 고객’인 연금공단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상품권을 억지로 사들였다.

7일 동아일보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상진 의원실에서 입수한 ‘국민연금공단 청풍리조트 상품권 강매 의혹 관련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단은 2008년 9월 거래 증권사 관계자들을 모아 청풍리조트를 홍보한 후 그해 8개 증권사에 2억3802만 원, 2009년에는 12개 증권사에 1억7788만 원 등 총 20개 증권사에 4억1590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판매했다.

청풍리조트는 연금공단이 2000년 885억 원을 투자해 충북 제천시 청풍면에 개장한 휴양시설이다. 객실 200여 개와 사우나, 수영장 등의 부대시설이 있지만, 개장 이후 매년 적자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감사담당관실은 “9년 동안 청풍리조트의 누적 적자가 222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청풍리조트는 그동안 호텔경영 전문업체인 H사가 위탁 운영해 왔다. 감사 결과 계속된 적자 탓에 내부 경영평가 점수가 나쁠 것으로 판단한 연금공단 시설사업단과 리조트 운영계약 해지를 우려한 H사가 증권사를 동원해 무리하게 매출을 올리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연금공단 주식팀장은 증권사에 “청풍리조트를 좀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H사로부터 약 21만 원어치의 답례품을 받았다. 연금공단이 판매한 리조트 상품권은 골프패키지(560만 원), 특산물(표고버섯, 한방차 등 총 900만 원), 객실통합세트(767만5000원), 객실패키지(550만 원) 등으로 구성된 고액 상품권이다. 연금공단 측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증권사 상품 판매 내용을 누락한 청풍리조트 관련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는 등 은폐 시도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보건복지부 감사담당관실은 국회 요구 자료에 상품권 강매 사실을 뺀 시설사업단장을 징계하고, 관련 상품을 홍보한 증권팀장 등은 엄중 경고할 것을 권고했다. 또 9년 연속 적자 운영을 한 H사와는 계약 해지를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