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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日대사 공격 황당하다

입력 | 2010-07-09 03:00:00


1961년 채택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은 외교관에게 여러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외교관 신체에 대한 불가침권(不可侵權)이다. 주재국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외교사절을 체포 구금할 수 없다. 빈 협약에는 외교관의 신체와 자유, 존엄성이 침해됐을 때는 가해자를 중벌에 처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국제사회가 외교관을 각별히 보호하는 것은 국가 관계에서 그만큼 실질적, 상징적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달 말 한국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대사가 그제 서울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봉변을 당했다. 스스로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라고 밝힌 김기종 씨는 폭언과 함께 시게이에 대사에게 주먹만 한 돌덩어리를 던졌다. 시게이에 대사는 몸을 피했지만 통역을 맡은 일본 여성 외교관이 돌에 맞아 상처를 입었다. 김 씨는 “그동안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대사관에 세 차례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재야(在野) 문화운동권에 몸담은 김 씨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른바 ‘독도 지킴이’ 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 땅이라고 주장하거나 과거사를 왜곡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용납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에게 신체적 위해(危害)를 가하려 한 것은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황당한 행동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개인의 돌출행동이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처지를 바꿔 일본에서 우리 외교관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우리 국민이 어떤 느낌이 들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 씨는 시게이에 대사를 공격한 뒤 “당신들, 한국인이라면 어서 저놈을 죽이자”고 방청객들에게 외쳤다. 경찰에 연행된 뒤에는 “안중근처럼 죽여 버리고 역사에 남고 싶었는데 못했다”고 소리를 질렀다. 단순한 애국적 감정의 발로라고 보기에는 너무 빗나갔다. 한일 간 역사의 아픈 상처가 완전히 치유된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한국과 일본은 정식으로 국교를 맺고 외교적, 경제적으로 밀접한 사이다. 시대상황이 완전히 다른 구한말과 비교해 안중근 의사를 운운한 것은 안 의사에 대한 모독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