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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반 꼼꼼 수색… 靑비선 수사 ‘전초전’

입력 | 2010-07-10 03:00:00

■ 檢, 공직윤리실 압수수색

보고자료-업무기록 등 확보
직원 4명 자택도 압수수색

총리실 측 “예상했지만…”
“씁쓸” “이참에 털자” 갈려




9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무려 4시간 반 동안 꼼꼼하게 진행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검사와 수사관 등 20여 명은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과 김모 점검1팀장 등 수사 의뢰된 4명의 사무실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물론이고 사찰활동과 관련된 각종 서류, 업무일지 등을 챙겨갔다.

일단은 이들 4명의 불법 사찰행위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은밀하게 활동해온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지휘 보고라인이 고스란히 확인될 것이라는 점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지휘하고 보고를 받아온 이른바 청와대 ‘비선’에 대한 본격수사의 전초전 성격도 띠고 있다.

○ 압수수색은 청와대 ‘비선’ 수사 전초전

이날 압수수색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검찰은 7일부터 피해자인 KB한마음(현 NS한마음) 전 대표 김종익 씨는 물론이고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종용으로 김 씨에게 퇴직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은행 관계자 등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해 왔다. 이를 통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음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인규 지원관 등 4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들을 사법처리하기 위한 수순의 하나다. 압수물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한 뒤 다음 주 이 지원관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다는 게 검찰의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 지원관 등을 구속수사하기로 방침을 세워놓은 상태다.

문제는 이 지원관 등을 사법처리한 이후다. 수사의 무게 중심은 불법사찰의 배후 규명 쪽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검찰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각종 자료에 불법 사찰을 지시하고 사찰 진행상황을 보고받은 청와대의 비선이 누구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흔적이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에서 또 다른 민간인의 사찰 사례가 발견되는 등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 총리실 직원들 당혹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마이크로버스에 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검사와 수사관들이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 들이닥치면서 시작됐다. 오후 2시 55분경에 끝난 압수수색은 청사 경비원이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출입자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며 취재진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마치고 집무실에 머물고 있다가 압수수색 사실을 보고받았다. 때마침 이날 오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을 항의 방문한 도중에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리실은 더욱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사상 처음 압수수색을 당한 총리실 직원들은 “예상은 했지만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정 총리가 검찰 수사에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한 만큼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도 압수수색에 최대한 협조한 것으로 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때부터 예정됐던 절차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당하고 나니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차라리 홀가분하다. 이번 기회에 공직지원윤리관실의 문제점을 확실히 털고 갔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 4대 권력기관도 압수수색 경험

총리실은 이날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당했지만 이른바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국가정보원과 국세청, 검찰, 경찰도 과거에 압수수색을 당한 적이 있다. 지난해 5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압수수색했다. 2007년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을 맡았던 일선 경찰 수사라인에 대한 압수수색이 집행돼 큰 파문을 낳았다.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조차 2005년에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가 김영삼 정부 시절 정관계 인사 1800명을 상대로 불법감청을 시도했다는 이른바 ‘X파일 사건’을 수사하면서 물증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했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때는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이 파업유도 발언을 한 대검찰청 공안부장의 집무실 등 대검 청사 4곳을 압수수색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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