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메네스. 스포츠동아 DB
공 4개 중 3개 살짝 휘거나 뚝 떨어져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LG 요리
11승 다승 공동선두…“날씨도 도움”
두산 포수 양의지는 11일 잠실 LG전에 앞서 이날 선발등판하는 에이스 켈빈 히메네스(30)에 대해 “직구 사인을 내도 직구는 하나도 없다”며 웃었다. 히메네스의 직구, 즉 패스트볼(fastball)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살짝 휘고 떨어지며 심하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실밥을 잡는 그립의 변화로 투심패스트볼과 싱킹패스트볼이 주를 이룬다.
사실 쉽지 않은 상대였다. 최근 LG 타선이 불붙고 있었기 때문이다. 10일까지 LG의 7월 팀타율은 0.313으로 8개구단 중 가장 뜨거웠다. 7월 8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7.4득점으로 다른 팀을 압도했다. 특히 전날 홈런만 무려 6방을 터뜨리는 등 장단 16안타를 뽑아내며 16점을 생산했다. 상대 선발투수 또한 두산을 상대로 지난해 5월 7일부터 5연승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는 봉중근이었다.
이날 94개의 공을 던졌다. 그 중 직구는 71개(143∼150km)였으며 슬라이더 17개(133∼142km), 체인지업 6개(134∼137km). 직구가 75%%에 이르렀다. 4개를 던지면 3개가 직구였다는 의미다. 그러나 양의지의 말대로 히메네스의 직구는 그냥 직구가 아니었다. LG타선의 예봉을 살짝 살짝 비켜나가는 변형 직구였다.
히메네스는 특히 최근 들어 컨디션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6월 13일 광주 KIA전부터 이날 LG전까지 6경기 동안 1점 이상을 내주지 않았다. 이 기간만 따지면 31이닝 4실점으로 방어율은 1.16에 불과하다.
최근의 상승세에 대해 그는 경기 후 “도미니카공화국이 1년 내내 따뜻하다. 한국 날씨도 따뜻해지면서 도움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면서도 “수비수의 도움이 많았고, 공끝이 좋아져 내 공에 대한 믿음을 갖고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LG 타자들이 최근 잘 쳤지만 자신감을 갖고 던진 게 주효한 것 같다”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다승왕 욕심은 없는 걸까. 그는 “다승왕보다는 매 경기 이기는 투수가 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