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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베트남 새댁’의 비극, 우리 사회가 부끄럽다

입력 | 2010-07-12 03:00:00


스무 살 베트남 신부가 한국에 온 지 8일 만에 한국인 남편 장모 씨에게 살해된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장 씨는 국제결혼 알선업체 주선으로 올 2월 베트남에서 27세나 어린 T 씨와 맞선을 보고 열흘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달 1일 한국에 온 T 씨는 일주일 만인 8일 저녁을 먹다가 장 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흉기에 찔려 숨졌다.

장 씨는 우울증과 정신질환 때문에 2002년 이후 57차례나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받았다. 2월 맞선을 보러 가기 직전에도 닷새 동안 입원했을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결혼 알선업체가 이를 몰랐어도 심각한 문제지만 모른 척했다면 더 큰 잘못이다. 영세한 결혼 알선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국제결혼 희망자들의 신상이나 가정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소개하거나 사정을 알고도 덮어 결혼 후 가정불화를 겪거나 이혼하는 사례가 많다.

농어촌에서는 동남아나 중앙아시아 출신 며느리들이 없으면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국제결혼은 전체 결혼의 13%에 해당하는 4만3000여 건이나 됐다. 농민과 도시 저소득층의 국제결혼이 급증하는 추세지만 우리 사회는 다문화 가정을 수용할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아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꿈을 안고 한국인과 결혼했다가 남편과 시댁으로부터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거나 인권침해 때문에 이혼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07년 한국에 시집온 10대 베트남 신부는 40대 남편한테 갈비뼈 18개가 부러질 정도로 맞아 숨졌다. 같은 해 베트남 신부가 집에 감금된 채 살다 남편이 출근한 사이에 아파트 난간을 통해 밖으로 나가다 떨어져 죽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베트남 주석이 한국대사에게 “베트남 신부들을 잘 대해 달라”고 부탁했겠나. 심지어 한국 남성 1명이 외국 여성 수십 명을 놓고 신붓감을 고르는 ‘룸살롱식 맞선’까지 등장했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 정부는 캄보디아인과 한국인의 국제결혼을 잠정 중단시킨 적도 있다.

한국에 시집온 가난한 나라의 어린 여성들이 학대받고 목숨까지 잃는 일이 일어나서야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다. 법무부가 국제결혼 배우자를 구하기 위해 출국할 때 소정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가정폭력 전과자, 파산자, 과도한 연령차 등 문제 소지가 크면 배우자 초청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정부는 결혼 알선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