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日 중간평가 참의원선거 참패… 간 총리 취임 한달만에 위기

입력 | 2010-07-12 03:00:00

민주 ‘소비세 드라이브’에 표심 등돌려

9월 당대표 선거 오자와 그룹 공세 거세질듯
유도 영웅 다니 료코 등 스포츠 스타 대거 당선




일본 민주당이 11일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함에 따라 정국은 급속히 불안정 국면을 맞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압승으로 정권을 잡은 지 10개월 만에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참의원 선거에서 패함으로써 정국운영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민주당은 참의원 정원 242석의 절반인 121석을 교체한 이날 선거에서 단독 과반을 위한 60석은 물론이고 연립여당 과반 유지를 위한 56석에도 크게 못 미쳤다.

○ 소비세 인상론이 최대 패인

민주당 정권에선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권력투쟁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간 총리의 선거 전략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간 총리는 이날 밤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9월 당 대표 선거를 겨냥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 그룹의 공세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간 총리가 취임 1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12일 오전 1시 현재 개표상황에 따르면 민주당은 40석대 후반, 제1야당인 자민당은 51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비례대표에선 자민당을 약간 앞섰지만 특히 지방의 지역구에서 자민당에 크게 뒤졌다. 공명당과 ‘모두의 당’의 예상 의석은 각각 10석 안팎이다.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당선자가 자민당보다 적은 것은 야당 시절이던 2001년 선거 이후 9년 만이다.

민주당의 패인은 소비세 인상론이다. 간 총리는 현재 5%인 소비세를 2, 3년 안에 10%로 올려 재정건전화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을 폈으나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간 내각 출범 후 고공행진을 하던 내각 지지율은 소비세 인상 발언 이후 줄곧 내림세를 탔다.

○ 참의원 여소야대…불안한 안개정국

민주당 연립정권이 참의원 과반을 내주게 됨에 따라 중의원은 여당이, 참의원은 야당이 지배하게 됐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과 법안은 참의원에서 제동이 걸릴 개연성이 높다. 중의원을 통과한 법률을 참의원이 거부하면 중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가결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민주당은 원활한 정국운영을 위해 국민신당 외에 추가로 연립파트너를 찾는 정계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과반 확보를 위해선 자민당, 공명당, ‘모두의 당’ 등과 손을 잡아야 하지만 이들 정당은 현재로선 연립에 부정적인 데다 정책도 상당히 달라 연립이 쉽지 않다. 연립정권보다는 정책별 연대가 현실적 대안일 수도 있다.

정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의원 선거와 달리 참의원 선거는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기 때문에 간 총리를 비롯한 내각이 물러날 필요는 없지만 총리의 정국 장악력은 약화될 게 분명하다. 선거의 현장 사령탑인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간사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도 있다. 9월 당 대표 선거 때까지 연립확대 등 안정적 정권 틀을 새로 짜는 데 실패하면 간 총리도 유임을 장담할 수 없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당의 최대주주인 오자와 전 간사장의 움직임이다. 그는 선거 전부터 9월 당 대표 선거를 겨냥해 간 총리를 끌어내리고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이달 열릴 예정인 검찰심사회가 정치자금 문제로 ‘오자와 기소’를 결정하면 오자와 그룹의 기세도 크게 꺾일 수 있다. 당분간 일본은 안개정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화제의 당선자

일본 유도 영웅 다니 료코(谷亮子·사진)와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이시이 히로(石井浩郞) 등 스포츠 스타가 대거 당선됐다. 올림픽 2관왕인 다니는 민주당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그는 당선 직후 “공무를 게을리하지 않겠지만 유도도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키타(秋田)에선 1990년대 긴테쓰(현 오릭스) 버펄로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강타자였던 이시이 씨가 민주당 현역을 꺾고 당선됐다.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