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간 나오토 총리가 이끄는 집권 민주당이 패배했습니다. 참의원 전체 의석 242석 중 절반인 121석을 교체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44석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선거 전 116석이었던 민주당의 참의원 의석은 106석으로 줄어 간 정권은 취임 한 달 만에 위기에 빠졌습니다.
일본 민주당은 작년 8·30 총선에서 중의원 의석 480석의 64%인 308석을 얻는 압승을 거둬 54년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중의원 선거로부터 불과 열 달 만에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간 총리가 취임 후 소비세율을 5%에서 10%로 올릴 뜻을 시사한 것이 결정적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일본은 국가채무가 1001조 엔을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한국의 6배인 200%에 이르는 '빚더미 국가'입니다. 재정 건전화를 위해 세출 조정과 함께 세수 확대가 절실하지만 소비세율 인상론은 이번에도 '정권의 무덤'이 됐습니다. 민주당이 지난해 집권을 위해 아동수당 등 포퓰리즘적 정책을 대거 채택하고 소비세율 동결을 공약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점은 우리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소비세 문제와 함께 민주당 지도부의 내분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간 총리는 민주당 정권의 '대주주'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했
고 이에 반발한 오자와는 선거에서 간 내각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최근 지리멸렬한 양상을 보이는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일본 민주당의 패배를 보면서 깨닫는 바가 없는지 궁금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