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 재정자립도는 4월 기준으로 67.4%로 전국 228개 기초단체 중 8위다. 부자 도시지만 3222억 원을 들여 호화청사를 짓고 공원들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재정이 부실해졌다. 호화청사는 전임 시장의 잘못으로 꾸지람을 더 들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시장이 재정난을 이겨내려면 불요불급한 사업들을 포기하고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각오를 먼저 보여줬어야 했다. 이 시장은 선거 때 시립병원 설립과 구시가지 공원 조성 등 1조 원쯤 들어가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의 지불유예 선언은 ‘공약사업을 벌여야 하니 빚은 나중에 받으라’는 배짱 발언으로 들린다.
▷일부 국가는 지자체 파산제도를 두고 있다. 오랜 불황 탓에 4월 긴급재정위기를 선언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는 운전면허시험국(DMV) 직원 수를 줄여 이곳을 찾는 주민은 길게 줄을 서야 한다. 파산 위기의 미국 도시들은 중국 부자 기업의 투자를 애타게 기다린다.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 시는 탄광도시에서 휴양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과잉투자를 했다가 2006년 파산했다. 공무원을 절반 이상 해고하고 각종 공공복지를 대폭 삭감한 뒤 눈물겨운 재기에 나서고 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