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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하던 대우조선 ‘암초’ 만났다

입력 | 2010-07-14 03:00:00

사장 연임 로비說… 19년 무분규 기록 깨질 위기…

비자금 조성 의혹 검찰 수사
상임고문 3명 ‘낙하산’ 논란도

타임오프 시행 놓고 노사 갈등
파업 찬반투표 통과로 ‘긴장’




지난해 국내 조선업 매출 1위에 오른 대우조선해양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밖에서는 민주당이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고, 안으로는 노조가 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사 측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들어 잇달아 수주에 성공하면서 순항하던 대우조선은 최근 민주당에서 제기한 남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이라는 ‘암초’에 부닥쳤다. 남 사장이 협력사에 지급하는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 중 일부를 사장 연임을 위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측에 건넸다는 게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주장이다.

남 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3월 대우조선 대표이사에 임명됐으며, 정권이 바뀐 뒤인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대주주가 산업은행인 대우조선의 사장 임명권은 사실상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에 지난 정권 때 사장에 취임한 남 사장이 연임한 것을 두고 조선업계에서는 예상 밖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대우조선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조선업과는 무관한 여권 인사 3명이 대우조선에 상임고문으로 재직 중인 사실이 부각되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2008년 10월 1일 같은 날짜에 나란히 대우조선 상임고문이 된 여권 인사 3명은 각각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 정무특보,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외교안보국방분과위원회 상임실무위원, 재경포항연합향우회 사무처장의 경력을 갖고 있어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들은 개인 사무실과 승용차를 제공받지만 회사 내에서 역할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주로 세상 돌아가는 일을 회사에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정치권에서 제기한 남 사장의 유임 로비 의혹에 대해 확인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사 측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노조가 타임오프제를 수용할 수 없다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도 대우조선의 걱정거리다. 타임오프제 시행으로 대우조선 노조는 27명인 노조 전임자 수를 11명으로 줄여야 하지만 한 명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 측은 ‘법대로 시행’이라는 원칙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지난달 쟁의행위 돌입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71.1%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대우조선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1991년부터 19년 동안 이어진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록은 마침표를 찍게 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지난해 100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세계적인 조선회사로 대외 신인도가 가장 큰 자산”이라며 “회사와 관련해 근거 없는 의혹이 제기돼 브랜드 가치 하락과 향후 수주 활동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