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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으로 취업뚫기]보스턴컨설팅그룹 허원석 컨설턴트

입력 | 2010-07-15 03:00:00

“해외연수 대신 ‘동生동死’… 이것이 나의 비밀 스펙”




지난해 여름 인턴을 거쳐 올 2월 BCG에 컨설턴트로 정식 입사한 허원석 씨는 “무작정 다양한 취업 스펙을 쌓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일에 필요한 역량을 쌓고 이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허 씨는 이미 작년 여름에 BCG로부터 낙점을 받았다. 작년 7, 8월 두 달간 BCG의 인턴 프로그램인 ‘서머 어소시에이트’에 참여하며 열정과 능력, 품성을 모두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그 어렵다는 글로벌 컨설팅회사 입사에 성공한 허 씨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의 ‘인턴 일기’를 들춰보기 위해 5일 서울 BCG사무실에서 허 씨를 만났다.

○ ‘스펙’ 말고 ‘내공’을 쌓아라

“제가 생각해도 전 이렇다 하고 내세울 특별한 스펙은 없었어요.(웃음) 하지만 컨설팅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은 누구보다도 강했죠. 대학시절 이와 관련한 학술 동아리에 참여했었는데, 그때 활동에 대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허 씨를 만나 인턴 합격 비결을 물었을 때 처음 나온 얘기는 ‘동아리’였다. BCG는 인턴활동 중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정식 채용을 전제로 인턴을 뽑는다. 인턴이 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 작년 여름 허 씨는 400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뽑힌 3명의 합격자 중 한 명이 됐다. 그런데 그 첫 번째 비결이 동아리라니, 의외였다.

“컨설팅 동아리서 쉼없는 토론
나도 모르는새 나를 살찌워
BCG 고강도 일대일 면접
취업스펙보다 내공 더 요구
‘인턴노트’로 매일매일 담금질”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허 씨는 교내 ‘MCSA(Management Consulting Student Association)’라는 경영전략 학술동아리에서 활동했다고 했다. 그것도 남들은 해외연수 등 취업 스펙 만들기에 바쁠 3, 4학년 시기에 말이다.

“경영 전략이라는 토론 주제를 놓고 친구들과 밤을 새우며 새벽까지 토론을 하곤 했어요. 정말 열심이었죠. 그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구조적인 사고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많이 향상됐거든요. 이 두 가지는 팀워크를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컨설팅업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에요.”

실제 허 씨는 지난여름 BCG의 인턴이 되는 과정에서 각각 40분씩 총 6번의 면접을 거쳤다. 모든 면접은 일대일 방식으로, 마지막 인터뷰는 BCG 대표가 직접 진행한다. 이쯤 되면 스스로를 속일 수도, 숨길 수도 없다. 지원서에 적힌 학점이나 경력은 숫자 하나, 문장 한 줄로 축소된다. 그 대신 ‘프로’들과 진행하는 240분간의 대화에서 일관되게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자신’이 있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그가 지난 2년간 동아리에서 쌓은 ‘내공’은 해외연수 경력이나 자격증 몇 개보다 훨씬 값진 것이었던 셈이다.

“대표님과의 마지막 인터뷰 때도 ‘나는 (학생이 아니라) 컨설턴트다, 컨설턴트다’라고 생각하면서 말했어요. 대학생활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일이 뭐냐는 질문이 나왔는데, 그때도 컨설팅 동아리 활동을 말했는데 그 진심이 전달됐다고 생각해요.”

○ 개인의 능력 넘어 팀워크 뛰어나야

인턴이 된 뒤에도 컨설팅 일에 대한 그의 담금질은 계속됐다.

“인턴을 하는 동안 매일 매일 노트에 썼어요. 내가 오늘은 뭘 잘했고 뭐가 부족했는지를 팀장이나 다른 동료들에게 묻고 꼼꼼히 정리했죠. 이 같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하루하루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돌아보면 열린 자세로 조언을 구하고, 빨리 성장하려는 자세를 보인 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그는 인턴 기간에 “팀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려고 애썼다”고도 했다.

“컨설팅 일이라는 게 워낙 양이 많고 바쁜 일이잖아요. 제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곳을 잽싸게 파악하고 도우려 노력했죠. 컨설팅에서 팀워크는 반드시 있어야 해요. 아무리 똑똑한 개인이라고 해도 개인보다는 팀이 더 똑똑하니까요.”

인턴 기간에 허 씨는 ‘진짜 컨설턴트’들과 함께 프로젝트팀에 투입돼 실제 고객의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짜 나갔다.

“BCG에서 인턴을 하기 전에 대기업(현대카드)에서도 인턴을 했어요. 하지만 BCG에서만큼 큰 역할과 책임이 주어지진 않더군요. 짧은 기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컨설팅 업계에 더 큰 매력을 느꼈어요.”

그는 “컨설팅이란 고객(기업)들이 하다 하다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늘 어렵다. 분석법도 해결법도 모두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스트레스로 여기지 않고 발전할 기회로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뒤, 5년 뒤 회사의 선배들처럼 성장해 있을 모습을 생각하면 힘든 게 싹 사라져요. 긍정적인 마인드로 끊임없이 성장을 갈구하는 사람이라면 컨설팅 일이 제격일 것 같네요.”

“팀워크로 시너지를… ‘1+1=2’는 실패한 결과물”

■ BCG가 요구하는 인재는


“문제해결 능력이 좋았고 팀원이나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뛰어났다. 그만큼 자세가 열려 있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일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도 높았다. 우리가 원했던 사람이었다.”

BCG의 인사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문선경 차장은 허원석 씨의 인턴 과정 평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음은 BCG의 채용 기준에 대한 일문일답.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BCG의 슬로건은 ‘지속적인 성장(grow further)’이다. 이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여야 한다. 능력은 기본이고, 팀워크도 뛰어나야 한다. 이 사람이 우리 사람이 됐을 때 무리 없이 어우러져 일할 수 있을지를 보는 것이다. 열정도 중요하다. 컨설팅 일이라는 게 열정이 없으면 아무리 똑똑한 분이라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팀워크를 많이 강조하는 것 같다.

“컨설팅회사의 인재들은 다들 똑똑하고 훌륭한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1+1=2’의 결과를 낸다면 그것은 실패한 조직이다. 적어도 1+1이 3∼5의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불협화음 없이 그런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각 팀원은 반드시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어야 한다. 남과 경쟁해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곤란하다. 컨설팅은 팀의 성과로 평가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인턴 선발 1년에 4번
올해부터 필기시험 추가
 

BCG는 올해부터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인턴을 뽑고 있다.

과거에는 면접의 강도가 매우 셌다. 40분간의 일대일 면접을 6번 거쳐야 한 자릿수의 최종 선발 인원에 뽑힐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평가 형태가 바뀌어 1회 20분으로 면접 문턱이 좀 낮아졌다. 대신 서류심사 후 언어력과 수리력을 테스트하는 필기시험이 생겼다. 언어는 영어소양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영자신문 기사 수준의 글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추리력과 논리력을 묻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수리력 테스트에서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정도의 산술적 지식을 검증한다. BCG는 이런 형태로 1년에 4번, 20∼30명의 인턴을 뽑을 예정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