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진출은 이제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로 굳어져 가고 있다. 이들은 팬덤을 이끌며 국내뮤지컬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모차르트’ 역으로 더뮤지컬어워즈 남우신인상을 수상한 시아준수, ‘금발이 너무해’에서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 제시카, ‘키스 미 케이트’에서 비앙카 역으로 열연 중인 아이비.(맨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PMC프러덕션·그룹에이트]
자기개발 욕구와도 맞물려 출연 붐
아이돌 스타들은 왜 뮤지컬 무대에 열광할까. 소녀시대의 태연과 제시카를 비롯해 슈퍼주니어의 예성과 성민, 샤이니의 온유 등 소속 가수들이 뮤지컬 무대에 진출한 SM엔터테인먼트의 김은아 홍보팀장은 ‘개인 발전의 기회’를 먼저 꼽았다.
김 팀장은 “이익적인 부분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종합예술인 뮤지컬 무대를 통해 가수들이 경험을 쌓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SM의 경우 뮤지컬 오디션 섭외가 들어오면 먼저 해당 아티스트와 많은 대화를 한다. 작품과 캐릭터의 성격, 소화 능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하고 있다.
뮤지컬 제작감독이자 칼럼니스트인 조용신(42)씨는 ‘아이돌의 노후보장’이라는 독특한 이유를 내세웠다. 나이가 들어 아이돌로서 수명이 다할 때를 대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씨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아이돌들의 고민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불안감”이라고 표현했다.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은 ‘시장의 요구’도 한 몫하고 있다. 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출연은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안토니오 반데라스(나인), 토니 블랙스톤(미녀와 야수·아이다), 휴 잭맨(오즈에서 온 소년) 등 유명 스타들이 뮤지컬 무대를 종횡무진하고 있지만 아이돌과는 거리가 멀다.
비밀은 관객층의 연령대에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주 관객은 ‘평균 40대 초반의 백인 여성’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30대의 젊은 여성이 객석을 메운다. 그러다 보니 보다 젊고 매력적인 배우를 원하게 된다. 결국 아이돌 스타의 출연은 시대와 한국 관객의 요구인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