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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에 사는 사람들]“우리가 본 건 피부색이 아니라 가능성”

입력 | 2010-07-15 03:00:00

LG다문화학교 학생 5명, 상하이 과학엑스포 한국대표 출전




13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한 ‘2010 상하이 국제 청소년 과학엑스포’에 참가한 LG다문화학교팀 학생들이 창작 콘테스트에 참여해 만든 배 모형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앞줄은 바수 혜나 양(왼쪽)과 홀츠 복 코럼 군. 뒷줄은 왼쪽부터 파나마료브 다니엘 군, 송준 군,지도교사 김은진·황초이 씨, 김여명 군. 사진 제공 LG

13일 중국 상하이 동아시아 전시홀에서 막을 올린 ‘2010 상하이 국제 청소년 과학엑스포’ 개막식 무대에 ‘서양인’ 외모의 남학생이 등장했다. ‘한국 대표’인 그의 이름은 파나마료브 다니엘(인천 산곡남중 3년). 아버지가 러시아인인 한국 청소년이다.

다니엘 군은 이날 세계 20개국에서 모인 400여 명의 과학 인재 중 대표단 6인에 뽑혀 대형 기념 깃발을 들고 대회 시작을 알렸다. ‘얼굴이 아니라 가능성을 보는 나라’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고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가정 출신이 인재로 자라 과거시험에 급제한다는 내용의 LG그룹 TV광고가 현실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니엘 군은 다른 다문화가정 학생 4명과 함께 5명이 한 팀이 돼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상하이 국제 청소년 과학엑스포는 격년마다 세계 청소년들이 상하이에 모여 과학 관련 주제를 놓고 전시, 포럼, 콘테스트를 진행하는 국제대회로 올해가 3회째다. 엑스포 조직위원회가 직접 참가팀을 선발하는데, 한국에서는 대구 계성고팀(7명)과 함께 LG다문화학교팀이 뽑혔다.

LG다문화학교팀의 선발은 깜짝 놀랄 만한 성과였다. 대회에는 지금까지 영재학교 출신팀이 주로 참가한 데다 LG다문화학교팀은 운영된 지 이제 4개월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LG는 다문화가정 자녀 중 과학과 외국어에 재능이 있는 학생 70명을 뽑아 올 3월부터 한국외국어대, KAIST 교수진과 함께 매달 한 번씩 영재교육을 진행해 왔다. LG 관계자는 “KAIST 글로벌영재교육원이 3개 팀을 꾸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LG다문화학교의 참여를 권해 참가하게 됐는데, 오히려 LG팀이 다른 영재학교 팀들을 제치고 대표가 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선발된 LG다문화학교팀은 부모와 함께 탈북한 김여명 군(금옥중 3년), 어머니가 일본인인 송준 군(청심국제중 2년), 아버지가 캐나다인인 홀츠 복 코럼 군(삼육초 6년), 아버지가 인도인인 바수 혜나 양(원당초 6년) 등 모두 다문화가정 학생들이다.

“초등학교 때 남한에 왔는데, 다른 과목은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수학만큼은 자신 있었다”는 김 군처럼 이들은 모두 수학과 과학에 탁월하다. 특히 다문화 환경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5명의 교육을 맡았던 김은진 조교(KAIST 4년)는 “KAIST 영재학교 학생들도 지도해 봤는데, 다문화학교 학생들은 글로벌 관점에서 현상을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들은 17일까지 ‘기후 변화’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엑스포에서 기량을 펼치게 된다.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자전거 대여시스템’ 영상물을 선보이고, 전시 부스에 ‘시에르핀스키 피라미드’ 모형을 설치해 영어로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다니엘 군은 “또래의 각국 학생들이 모였다는 점만으로도 흥분이 된다”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