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이 주류 당권장악… 화합-쇄신 과제로
여당 이끌 새 지도부 14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안상수 대표(가운데)와 각각 2, 3, 4, 5위를 차지해 최고위원이 된 홍준표(오른쪽) 나경원(왼쪽에서 두 번째) 정두언(왼쪽) 서병수 의원이 대의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 14년 만에 집권당 사령탑 올라
안 대표의 정치 이력은 ‘벼락출세’나 ‘낙하산’과는 거리가 있다. 1996년 15대 총선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뒤 꾸준히 정치력과 경험을 쌓아 14년 만에 집권당의 사령탑에 올랐다.
정치권이 안 대표를 주목한 것은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때문이다. 당시 담당 검사로 사건 진상규명 수사를 맡은 안 대표는 외압에도 경찰 고위간부의 은폐 음모를 공개한 뒤 사표를 냈다. 그 후 노동자 법률상담 등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정치권의 영입 대상이 됐다.
○ 뚝심 ‘해결사’에서 화합 ‘해결사’ 될까
안 대표는 지난해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원내대표를 맡으며 여권의 ‘해결사’로 자리 잡았다. 대야 관계에서도 밀어붙이는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5명 중 4명 친이… 친정 강화속
‘수평적 관계’ 요구 외면 어려워
파워게임 수습 - 당직 인선
7·28 재보선도 시험대 될 듯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민주당은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며 등원을 거부했지만 안 대표는 단독 국회 소집이란 강수를 써서 국면을 돌파했다. 야당의 강력한 저항에도 미디어관계법, 4대강 사업 예산안 등을 처리했다.
○ 안상수 대표 체제의 과제
안 대표 체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관리형 당 대표’ 체제와 선을 그었다. 그 대신 안 대표를 비롯한 친이 주류가 당 지도부를 장악했다. 5명의 최고위원 중 친이계가 4명이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당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강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향후 당청 관계가 예전에 비해 훨씬 긴밀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안 대표는 6·2지방선거 패배 이후 ‘수평적 당청 관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진 현실을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의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권 재창출”이라며 “집권 후반기에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청와대를 옹호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기류”라고 말했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당과 청와대의 파열음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거중 조정에 나서야 할 안 대표의 정치력이 주목된다.
안 대표 체제는 당분간 대야 관계에서도 강경한 대응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친이 주류인 만큼 야권이 집권 후반기 파상적인 대여 공세를 벼르는 상황에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선 김무성 원내대표가 유화적 대야 관계를 맡고 안 대표는 대야 강경 기조를 고수하는 ‘투 트랙’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화와 협력이 활성화돼 여야 간 생산적인 정치, 소통의 정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도 “안 대표 체제 출범은 한나라당에서 ‘쇄신’이란 과제가 사라져 버렸음을 의미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 대표에게 제기됐던 병역 기피 의혹, 옆집과의 개 소송 등은 희대의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안상수 신임 한나라당 대표는
△경남 마산(64) △경남 마산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17회 △전주·대구·서울지검 검사 △15, 16, 17, 18대 의원(경기 과천-의왕)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한나라당 원내대표(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