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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선출]홀로 선 나경원 ‘여성 몫’ 넘었다

입력 | 2010-07-15 03:00:00

여론조사 1위… 대의원 투표 5위… 늦은 출마에도 자력 3위




“딸이 어제 문자(메시지)로 ‘서울시장 (후보 선출) 선거 떨어진 거 이번에 꼭 설욕해야 된다’고 했는데…. 말이 아니라 진짜로 ‘변화와 쇄신’ 하겠습니다.”

1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3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된 나경원 의원(사진)은 당선 소감에서 딸의 당부를 소개하며 환하게 웃었다.

당초 나 의원이 자력으로 5위 안에 들어 최고위원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노련한 당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득표전에서 여성 후보들에 대한 ‘유리 천장’이 엄연히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당 내에선 그의 뒤늦은 출마를 놓고 5위 안에 들지 못해도 여성 후보 중 1위에게 주는 ‘여성 몫 최고위원’ 자리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다. 다른 여성 출마자인 이혜훈 정미경 의원이 선거 기간 내내 나 의원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예상을 깨고 ‘홀로 서기’에 성공하면서 정치적으로 재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나 의원의 선전엔 일반 여론조사 결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23.9%의 지지를 얻어 홍준표 의원(23.2%)을 누르고 1위를 했다. 그만큼 대중적인 지지도가 높다는 얘기다. 여기에 친이(친이명박)계의 지원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대의원 투표에서도 5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계파색이 옅어 조직력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심(黨心)을 확보하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지난 전대에서 박순자 의원이 5위 후보에 반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로 여성 몫 최고위원이 된 것과 비교해보면 의미 있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나 의원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펼쳐진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는 원희룡 의원과 단일화를 이루며 오세훈 시장과 맞붙어 ‘빛나는 조연’으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판사 출신으로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여성 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나 의원은 17대 국회 때 비례대표로 원내에 들어와 당 대변인을 맡으며 주목을 받았다. 야당 시절 각종 토론회에 단골로 출연해 ‘대여 공격수’ 역할을 잘했다는 평을 들었다. 반면 미모와 세련된 말솜씨 외에 자신만의 정치력은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당 지도부로 우뚝 선 나 의원이 자신의 ‘정치력’을 어떻게 발휘할지 당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47) △서울여고 △서울대 법대 △부산지법·인천지법·서울행정법원 판사 △한나라당 대변인 △17대(비례대표), 18대 의원(서울 중구)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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