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高2 50여명 무더기 미응시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보겠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첫째 날인 13일. 서울 영등포고 2학년 2반 학생 전원은 1교시 시험을 보지 않았다. 이 사실이 옆 반으로 알려지면서 시험 거부 사태는 학교 전체로 퍼졌다. 1교시에 36명, 2교시에 59명, 3교시에 50명이 시험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영등포고는 전원이 시험을 치렀다고 서울시교육청에 보고했다. 시교육청은 뒤늦게 이 학교에서 벌어진 대량 미응시 사태를 파악하고 14일 감사에 착수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날 2반 학생들은 아침 조회 시간에 담임교사에게 “우리는 대체학습 안 하느냐”고 물었다. 전교조 소속인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대체학습을 해도 된다는 교육청 공문이 내려왔다. 시험 안 볼 사람 있느냐”고 말했고 모든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담임교사는 교장, 교감, 학년부장과 회의를 했고 대체학습을 인정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2교시에는 역시 전교조 소속인 3반 담임교사도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15명이 시험을 보지 않았다. 다른 학급에도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른 학급은 10학급 중 4학급뿐이었다. 14일에는 서울 대영중에서도 32명이 시험을 거부했다. 서울남부교육청은 “2교시 시작 전 학생 60여 명이 감독 교사에게 시험 거부 의사를 밝혀 시험을 보도록 설득했지만 32명이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두 학교 외에도 서울시내 6개 학교에서 70명이 등교 후 시험 거부를 했다고 주장해 시교육청이 집계한 55명과 차이를 보였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