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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동의’ 말기환자만 연명치료 중단

입력 | 2010-07-15 03:00:00

입법 통해 제도화할지는 결론 못내려

각계 18인협의체 합의안 발표




존엄사의 대상과 범위는 ‘임종 직전의 말기 환자 중 본인이 직접 동의한 경우’로만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됐다.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해 12월부터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쟁점들을 검토해온 보건복지부는 14일 최종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6월 ‘세브란스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 제거를 계기로 연명치료 중단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자 종교계, 의료계, 법조계, 시민단체, 국회 등 각계 인사 18명으로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논의 결과 크게 6개 쟁점 중 연명치료 중단 대상자, 연명치료 범위, 환자의 사전의료의향서(사전서약서) 작성 조건 및 절차, 의사 결정기구 구성 등 4개에 관해서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대상은 임종 직전의 말기 환자로 합의했으며,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로 있다가 임종 직전에 이른 말기 환자도 포함됐다.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등 특수연명치료만 중단할 수 있고 수분이나 영양 공급, 진통 치료 등 일반적인 연명치료는 중단하지 못하도록 했다.

말기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의사 표시는 원칙적으로 서면 형식의 사전의료의향서로 했다. 사전의료의향서는 민법상 성인(현행 20세)이 담당 의사와 2주 이상 숙려 기간을 거쳐 작성하되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본인 의사라는 사실만 증명할 수 있다면 구두에 의한 의사 표시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환자 본인이 직접 녹음을 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협의체는 직접적인 의사 표시가 불가능한 말기 환자의 경우, 추정 또는 대리인에 의한 의사 표시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환자가 연명치료 중단을 원할 것’이라는 추정도 인정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으며 환자 가족들의 대리 의사 표시 인정에도 이견이 나왔다.

이상원 총신대 교수는 “환자의 의사 표시를 가족이 대신 할 수 없다”며 대리인에 의한 의사 표시 인정을 반대했다. 반면 고윤석 한국의료윤리학회 회장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한 환자나 가족의 피해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명치료 중단 문제를 입법을 통해 제도화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연명치료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병원 256개소에 입원한 환자 중 1.64%가 연명치료 대상 환자로 나타났다.

사회적 협의체는 국가 차원의 연명치료 정책심의기구로 복지부에 ‘국가 말기의료윤리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했으며, 의료기관별로 개별 연명치료 중단 사례를 논의하기 위해 ‘병원윤리위원회’를 설치토록 했다.

복지부 김강립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말기 환자가 많은 대학병원은 지금까지 판례에 의존해 연명치료 중단 여부를 결정했으나 이번 합의로 병원윤리위원회를 통해 치료 중단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며 “윤리위원회가 없는 지방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위원회 신설 및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