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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 “어~나도 인기가 있네?”

입력 | 2010-07-15 11:10:44


 포항 스틸러스 김재성 선수.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김재성(27). 그는 요즘 큰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23명 태극전사의 일원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한 그이지만 주전으로 활약을 못했기 때문에 인기에 관한한 그저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포항 홈팬들을 중심으로 프로 축구팬은 어느 정도 확보한 그였지만 월드컵 이후에는 '전국구 스타'가 됐기 때문이다.

월드컵 이후 팬들로부터 "긴 머리가 보기 싫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던 김재성. 그는 서울에 잠깐 들렸을 때 미장원에 머리를 손질하러 갔다. 그런데 그를 알아본 헤어 디자이너는 공짜로 머리를 잘라 주었다. 식당에 가서도 마찬가지. 김재성은 "밥을 먹으러 음식점에 가도 양을 더 많이 준다"고 말했다.

김재성은 남아공월드컵에서 백업 요원으로 뛰었다. 그리스전에서는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이청용과 교체돼 투입됐고, 나이지리아전에서는 후반 42분 기성용과 교체해 잠시 그라운드를 밟았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는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 16분 이동국과 교체됐다.

김재성은 "대표팀에 발탁된 지 1년 밖에 안돼 월드컵에 출전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라운드를 밟아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그러나 4년 후 브라질월드컵 때는 주전으로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박지성 이영표 이청용 박주영 차두리 이정수 등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주역으로 활약한 태극전사들은 이미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 하지만 축구 팬들은 후보로 혹은 한 경기도 뛰지도 못하고 벤치만 지키다 국내 프로무대로 돌아온 태극전사들에게도 큰 성원을 보내며 그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전북 현대 이동국 선수.

'월드컵 불운의 사나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라이언 킹' 이동국(31·전북 현대). 그는 10일 대구 FC와의 프로축구 K리그 경기가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전북 홈팬들은 이날을 '라이언 킹 데이'로 삼고 이동국을 응원하는 초대형 현수막을 경기장 곳곳에 내걸고 '이동국'을 연호하며 열렬한 성원을 보내주었던 것. 홈팬들의 기 살리기에 힘이 난 이동국은 후반 교체 멤버로 출전해 연속 2골을 터뜨리며 전북의 4-0 완승을 이끌었다.

딸 쌍둥이의 아빠로 평소에도 성범죄 추방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이동국은 여성가족부의 요청으로 아동성폭력 예방 캠페인에 나서는 등 이런 인기를 몰아 그라운드 밖에서도 맹활약할 태세다.

 수원 삼성 이운재

남아공 월드컵에서 벤치만 지켰던 '거미손 수문장' 이운재(37·수원 삼성). 그도 웃음을 되찾았다. 이운재는 14일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포스코컵 8강전 승부차기에서 2개의 완벽한 선방으로 팀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후배 정성룡에게 주전자리를 내주면서 체면을 구겼던 그는 "팬들의 꾸준한 성원이 있기 때문에 한번도 낙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운재는 선수로 뛰면서 후배를 지도하는 '플레잉 코치'로 계속 활약할 계획이다.

어깨가 처진 선수들에게 오히려 큰 박수를 보내주는 축구팬들, 이들이야말로 한국축구의 진정한 힘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