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일정 쫓겨 오랫동안 운동 못해“몸짱-짐승남과 비교될까 쑥스러워”
“저 불쌍한 놈이에요. 정말 잘돼야 돼요. 도와주세요.”
차갑고 자신만만한 ‘조민우 실장님’이 아니었다. SBS 탄현 라제작센터 촬영장에서 만난 배우 주상욱(32)은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에서 보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개 한 번 숙이는 법 없이 뻣뻣하던 조 실장님은 기자들 앞에서는 농담하고 눈웃음치며 붙임성 있게 굴었다.
먹성도 좋았다. 기자들이 먹던 아몬드쿠키를 “맛있다”며 야금야금 뺏어먹더니 나중엔 몽땅 입에 털어 넣었다. 지난해 MBC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에서 팬들이 사온 어묵꼬치 15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드라마 ‘자이언트’를 촬영하던 차림 그대로 인터뷰에 응한 배우 주상욱. 그는 복고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투버튼 재킷을 주로 입는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돈과 권력의 결탁은 부실공사로 이어진다. 드라마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거치며 조민우로 대변되는 악인의 몰락을 그려낼 예정이다.
알고 보니 주상욱도 ‘강남 키드’였다. 5세 때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백화점 근처에서 살았다. 개발 전이어서 강남이 부자 동네 이미지를 얻기 이전이었다.
“어렸을 때 집 주변에는 주공아파트, 고속터미널만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건물이 하나둘 올라왔어요. 고 1때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는데 그때 기억이 생생해요.”
“항상 매너 있는 남자, 젠틀한 실장님만 하니까 저도 지겨웠어요. 그렇다고 갑자기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올 수도 없고…. 그때 조민우 역 제의가 들어왔어요. 안할 이유가 없죠. 무엇보다 역할이 크잖아요? 하하.”
그에겐 ‘그저 바라 보다가’에 황정민, 김아중과 함께 주연급으로 출연했다가 회가 거듭할수록 비중이 줄었던 아픔이 있다. 그는 “두 스타에 치여서 발디딜 틈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제가 아무래도 두 분과 ‘급’이 다르니까요.”
‘자이언트’에는 욕조신이나 샤워신 등 드라마 전개상 꼭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조민우의 노출신이 많이 등장한다. 주상욱 스스로도 “작가 선생님이 시켜서 하는데 사실 걱정된다”며 쑥스러워했다.
“요즘 ‘몸짱’이다 ‘짐승남’이다 하잖아요? 사람들은 제 몸이 좋을 거라고 기대하는데 사실 시간이 없어서 오랫동안 운동을 못했어요. 그래서 부담이 돼요. 아니나 다를까 화면에도 안 좋게 나오더라고요.”
그는 드라마 ‘자이언트’ 촬영이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출연 배우 모두 각자의 인생에서 자이언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배우 주상욱도 마찬가지죠. 이 작품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 [O2 기사 풀버전 보기] 굶주린 주상욱, 자이언트를 꿈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