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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캐나다 쇠고기수입 내달 양자협상

입력 | 2010-07-16 03:00:00

‘30개월 미만’ 타결돼도 수입까진 첩첩산중

국민 납득하는 수준 요구
美産보다 조건 강화 예상

국회심의 통과해야 허용
정부 “협상 투명하게 공개”




캐나다산(産) 쇠고기 수입을 위한 한국과 캐나다의 양자 협상이 곧 시작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양국 당국이 다음 달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광우병 발생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 정부, 캐나다의 양자 협상 요구 수용

캐나다산 쇠고기는 2003년 5월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국내 수입이 전면 중단됐다. 이후 캐나다는 2007년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얻은 뒤 줄기차게 한국 시장의 재개방을 요구해 왔다. 캐나다 측은 “한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쇠고기와 캐나다산 쇠고기의 안전 등급이 같다”는 논리로 수입을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번번이 거절했다. 결국 캐나다는 지난해 4월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 정부를 제소하면서 동시에 양자 협상도 요청했다.

캐나다의 요청에 정부는 WTO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략적으로 양자 협상을 수용했다. 농식품부는 “패소하면 훨씬 불리한 조건으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양자 협상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WTO에서 한국이 승소할 확률이 낮고, 이 경우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까지 수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정부, ‘30개월 미만’ 요구 예정

수입 중단 직전 2002년 캐나다산 쇠고기는 국내 전체 쇠고기 수입량의 3.8%를 차지했다. 물량으로 놓고 보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횟수가 미국(3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17회에 달한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캐나다가 광우병 통제국 지위를 얻긴 했지만 광우병 발생 횟수가 많다는 점이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보다 엄격한 조건을 제시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협상 카드를 미리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30개월 미만의 쇠고기 수입을 요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세부 협상 요건은 가축방역협의회를 통해 전문가와 한우농가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수입 금지 범위도 미국산 쇠고기보다 더 넓게 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더 강력한 조건을 제시하기로 한 것은 ‘촛불시위’로 대표되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정부 협상 라인의 한 관계자는 “2008년 이후 첫 수입 협상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상당하다”면서 “최대한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협상 과정 역시 투명하게 공개해 2008년과 같은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협상 타결돼도 연내 수입은 불투명

협상이 몇 차례나 진행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캐나다가 제시하는 요구안이 우리 측 요구안과 큰 차이가 없을 경우 협상이 급진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양국이 수입 조건에 합의하더라도 실제로 캐나다산 쇠고기가 수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이후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에 따라 광우병 발생 국가에서 쇠고기를 수입할 경우 국회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야당 의원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WTO까지 가는 것보다 양자 협상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점은 전문가와 의원들도 동의하고 있다”며 “협상에서 국회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모든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돼도 내년 상반기는 돼야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협상이 지연되거나 국회 통과에 진통을 겪으면 수입 시기는 훨씬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