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감사 지시했지만…
교육청, 장학지도에 그쳐… ‘고의 은폐’ 보고도 누락
15일 재차 감사 지시
“당장 감사관 파견” 질책… 사건 이틀뒤에야 착수
서울시교육청 직원들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집단 미응시 사태를 고의로 은폐한 영등포고에 대해 감사를 벌이라는 교육감의 지시를 어기고 장학지도로만 수습하려 해 물의를 빚고 있다.
곽 교육감의 지시를 받은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정책과장은 잠시 후 서울시교육청 기자실을 찾아가 “영등포고에 감사를 실시하라는 교육감 지시에 따라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 나간 것은 중등교육정책과 장학사 2명과 감사실 소속 장학사 1명이었다. 시교육청은 15일 “14일에 실시한 것은 감사가 아니라 장학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장학’은 장학사가 학교 현장에 나가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감사’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14일 영등포고에 나간 장학사들은 학생들이 집단 미응시를 하게 된 정확한 정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15일 “곽 교육감과 이성희 부교육감 모두 조사 결과가 부족하다며 화를 냈다”며 “당장 감사실을 파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대로 된 감사는 사건 발생 이틀 후인 15일에서야 시작됐다.
학업성취도평가를 담당하는 중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 우리 부서가 평가를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장학사를 파견한 것”이라며 “판단 미스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기 부서에서 벌어진 잘못을 스스로 조사한다면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리 있겠느냐. 애초부터 적당히 넘어가려고 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이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못하고 시험 당일 오전에 전날 나온 지침을 번복해 학교 현장에 혼선을 가중시켰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시험 관리에서도 허점을 드러내 영등포고의 미응시자 허위보고를 뒤늦게 파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업성취도평가 이틀간 서울시내 미응시자를 55명으로 집계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190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험 거부자가 더 있을 수 있지만 학교의 보고를 믿을 수밖에 없는 교육청은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