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약 13조 원이던 건강보험급여 총액이 불과 8년 만인 2009년에 약 2.31배 증가하여 30조 원에 이르렀다. 이러한 속도로 보험급여가 증가한다면 국민이 감당하기 어렵다. 즉, 의료비 증가속도를 억제하려면 의료 이용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다시 말해 적정수준에서 통제하자는 주장은 아주 당연하다.
반면 환자의 본인부담 인상안을 모든 질환에 획일적으로 적용한다면 불가피하게 종합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은 현저히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료부문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결국 의료이용의 합리화를 추구하면서 취약계층의 의료보장을 훼손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원의 낭비는 결국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로 돌아온다. 종합병원으로 쏠리는 외래환자를 억제하기 위해 어떠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가가 오늘의 화두이다. 환자의 본인부담을 인상하여 이용을 억제할 방안을 검토할 수 있고 공급자의 유인 동기를 없애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따라서 나는 두 방안을 혼용하여 사용하기를 제안한다. 종합병원을 외래환자로 이용할 때 환자의 본인부담을 인상하되 감기 당뇨 고혈압 등 경증질환에 한정하여 적용함으로써 중증 질환자의 의료접근성은 제약받지 않도록 하자는 말이다. 비용의식을 높여 소비자가 불필요하게 종합병원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급자에 대해서는 종합병원에서의 진료 후 종합병원 진료가 더는 필요하지 않을 때 의원급으로의 회송절차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있다. 또 요양기관 종별로 차등화 되어 있는 진찰료를 동일하게 만들어 종합병원이 외래환자를 유인할 동기를 사전에 차단하면 된다. 이러한 정책적 개입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처방이라 하겠다.
2009년 기준으로 약 10%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건강보험 재정의 약 32%를 사용했다. 인구추계에 따르면 2020년에 65세 고령인구 비율이 15%를 상회하리라 예측된다. 의료 이용의 폭증, 더 나아가 의료비의 급증이 우려된다. 필자가 추정한 바에 의하면 2020년 우리나라 건강보험 급여는 2009년의 30조 원에 비해 약 2.7배 증가하여 80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비 지출 합리화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최우선 과제가 된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