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나이지리아의 경기를 하루 앞둔 6월 22일. 온 국민의 관심이 한국축구의 16강 진출 여부를 판가름할 이 한판에 쏠려 있을 때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에는 기다렸던 소식이 날아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 공식 후보도시로 강원도 평창과 뮌헨(독일), 안시(프랑스)를 결정했다고 발표한 것. 이에 따라 평창은 동계올림픽 '신청 도시'에서 '후보 도시'로 위상이 바뀌어 IOC 규정에 따라 공식 유치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이번에는 남아공 더반에서 기쁜 소식이 들렸다. 한국축구대표팀이 나이지리아전에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것.
과연 이 때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평창!"이라고 말하는 '더반 낭보'가 다시 한번 터져 나올 수 있을까.
2010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나서는 평창은 6월24일 조직을 개편하고 1년 후 더반에서의 쾌거를 이루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갔다.
새 조직을 이끌고 치열한 유치전에서 선봉을 맡아야 할 평창 유치위원회 하도봉(56) 사무총장. 그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 등을 들어봤다.
하 총장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라면 당장 열 길 물 속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IOC는 후보 도시를 선정하면서 각 도시마다 평점을 매겼다. 뮌헨이 8.8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평창이 8.7점으로 뒤를 이었다. 안시는 7.7점. 이에 따라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은 평창과 뮌헨의 양자대결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 총장은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는 모두 동계 종목 강국이고, 동계올림픽을 개최해본 국가인데다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는 만만찮은 상대들"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가진 강점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은 우선 강원도민을 비롯한 전 국민이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고 있으며 선수촌과 경기장 시설이 근접해 있어 경기와 선수 중심의 올림픽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여기에 1998년 나가노 대회 이후 아시아권에서는 동계올림픽이 열리지 않아 이번에는 아시아에서 올림픽이 열릴 시점이라는 것과 숙박과 수송, 안전과 보완 면에서 거의 완벽한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게 평창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때 정부협력지원단장을 맡았던 하 총장은 "2010년 유치 실패는 평창의 국제적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으며, 2014년 유치 실패는 러시아의 정치적인 힘 앞에 패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이런 뼈아픈 기억까지 노하우로 삼아 앞으로 유치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New Horizons'는 동계스포츠 발전을 위한 '새로운 무대(New Stage)', '새로운 세대(New Generation)', '새로운 가능성(New Possibilities)'를 의미하는 것으로, 아시아 대륙의 젊은 세대를 통한 동계스포츠 확산을 강조하는 모토.
하 총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30억이 넘는 인구가 있는 아시아에 동계 스포츠의 확산을 꾀할 수 있다는 명분을 IOC가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치 경쟁에 있어 앞으로 중요한 일정은 내년 2월이나 3월에 열릴 예정인 후보 도시에 대한 IOC 실사, 그리고 내년 5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후보 도시 브리핑이다.
하 총장은 "IOC의 실사가 있을 때까지 유치에 도움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치밀하면서도 공격적인 홍보 활동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둬 유치 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겨여왕 김연아를 비롯해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과 마라톤 영웅 황영조,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최민경, 성악가 조수미, 탤런트 송일국 씨 등 8명의 홍보대사를 적극 활용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창은 2010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때(2003년 체코 프라하)는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캐나다 밴쿠버에 53대 56, 3표 차로 졌고,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할 때(2007년 과테말라)는 1차 투표에서 러시아 소치에 36대 34로 앞섰으나 과반수 확보에 실패해 결선 투표 끝에 4표 차로 결국 고배를 마셨다.
"이달 초 답사 차 남아공 더반을 방문했을 때 밤하늘에 빛나는 남십자성을 보며 동계올림픽 유치를 간절하게 기원했다"는 하 총장은 "1년 후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때는 1차 투표에서 우리 평창이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때 들었다"고 말했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