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예술가의 인생역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린 시절의 재능, 재능을 방해하는 주변 환경, 시민적 관습에서 벗어난 삶, 가난, 비극적 요절, 죽은 뒤의 명성…. ‘천재 예술가’에 대한 이 같은 관념은 르네상스 때 형성되기 시작했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뛰어난 예술가들을 통해 본래 하늘에서 주어진 것으로 생각되던 영감과 천재성이 실은 인간 내면에서 온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책은 영감과 천재성의 역사를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 미학 이론과 함께 엮었다.
르네상스 이후 예술가는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사회적 구원자, 광기를 지닌 천재 등 다양한 성격의 존재로 생각됐다. 20세기 들어서는 뒤샹, 앤디 워홀 등 창작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반예술가가 등장했다. 하지만 1960년대 창작된 브루스 나우먼의 조각상 ‘분수의 모습을 한 자화상’은 ‘영감이 샘솟는 천재 예술가’의 이미지가 현대에도 공고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