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많이 하셨죠.”
허정무 감독의 부인 최미나 씨(56)에게 한마디 던지자 그냥 씩 웃으며 넘겼다. 옆에 있던 허 감독은 “솔직히 가족의 반대도 대표팀 사령탑을 그만둔 이유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당초 대표팀을 맡으면서 월드컵이 끝나면 그만두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계속 맡아달라는 요청에 고민했지만 인터넷에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 떠돌아다니고 그것 때문에 고통 받는 가족을 보기가 힘들었다”고 전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유럽 전지훈련을 갔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귀국했다 다시 나간 일이 있었어요. 그리고 얼마 후 한일전이 있었는데 1-4로 대패했어요. 그러자 인터넷에 ‘그러니까 네 애비가 죽지’라는 글이 떴어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그때 이후 댓글은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당시 올림픽대표팀은 프로보다는 대학생이 주를 이뤘다. 유럽 전지훈련을 마친 뒤 대학선수권대회가 열리게 돼 있어 선수들을 풀어줬는데 완전히 녹초가 돼서 돌아왔고 결국 한일전 대패로 이어졌다.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일부 누리꾼은 ‘허무축구’ ‘허접무’ 등 신조어를 만들어 허 감독을 공격했다.
허 감독은 “이젠 팬들도 성숙해질 때가 됐다. 정당한 비판은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인신공격은 사람을 망친다. 최근 연예인 자살이 이어지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재미로 그냥 한번 던지는 말이겠지만 당하는 사람은 가슴에 대못이 박힌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