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법안 상원 통과대공황이래 최대 규제 담아
미 상원은 이날 오후 금융개혁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0표, 반대 39표로 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 의원 55명과 무소속 의원 2명의 찬성 속에 공화당 의원 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공화당의 합법적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피할 수 있는 찬성표 60표를 확보하자 곧바로 표결을 실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월가를 겨냥해 추진해온 금융개혁법안 통과는 지난해 787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법안 처리와 올봄 건강보험개혁 입법 처리에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세 번째 정치적 승리로 평가된다.
파생상품 거래도 제한… 오바마 ‘건보’ 이어 또 정치적 승리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법안통과 직후 “금융개혁법안은 미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미국 국민은 월가의 실수에 대한 비용을 내달라는 요청을 다시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을 주도한 상원의원의 이름을 따 ‘도드-프랭크법’으로 명명된 이 법은 대공황 직후인 1930년대 초 금융규제법이 도입된 이후 약 80년 만에 가장 획기적인 금융규제개혁을 단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미국 금융시장의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월가는 최근 수십 년간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와 느슨한 금융감독 시스템 등을 이용해 스스로 몸집을 키우며 파생상품과 같은 고위험 상품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다가 2008년 가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법안은 이 같은 금융회사의 ‘대마불사(大馬不死)’를 근절하고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한 각종 규제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각종 수수료 책정 등 금융회사의 횡포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내용도 있다.
또 감독 ‘사각지대’였던 파생상품과 헤지펀드 등의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회사들의 고위험 투자를 제한하는 한편 이전까지는 규제를 받지 않던 금융거래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FRB 내에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신설해 신용카드와 주택담보대출 상품 부문에서 불공정한 수수료나 약탈적 고금리 관행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정도 담았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공화당의 반대와 금융회사들의 강력한 로비로 당초 취지에 비해 규제내용이 많이 약화돼 실제로 월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례로 오바마 정부는 당초 금융회사들의 자기자본 거래나 파생상품 거래를 완전히 금지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일부 제한하는 데 그쳤다. 대형 은행들은 자기자본의 3%까지 헤지펀드와 사모주식펀드(PEF)에 투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회사를 통해 고위험 파생상품도 거래할 수 있다. 또 중소기업과 일반인이 많이 이용하는 지역은행(community bank)은 소비자금융보호국의 감시를 받지 않아 높은 수수료를 받더라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 대한 각종 규제를 법안에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고 규제 당국의 재량에 맡긴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추후 FRB와 FDIC 등 감독기관이 구체적으로 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의회를 상대로 진행됐던 월가의 막강한 로비가 앞으로 감독기관을 대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금융개혁법에 평점을 매겨 달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질문에 ‘C+’를 주며 “이번 법안은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파생상품이나 대마불사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며 “누더기로 변한 이번 법안은 또 다른 금융위기의 ‘씨앗’을 뿌렸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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