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결국 ‘담달폰’(출시가 다음 달로 미뤄졌다는 뜻)이 돼 버렸다.”
17일(한국 시간)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을 본 한국의 애플 팬과 누리꾼들은 일제히 실망감을 쏟아냈다.
잡스 CEO가 “이달 30일 아이폰4가 출시될 예정이었던 18개국 가운데 한국이 제외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그 이유로 “정부 승인을 얻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만 밝혔다. 애플은 지난달 24일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아이폰4를 선보인 데 이어 이달 30일에 한국을 포함해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등 18개국에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 시간으로 17일 오전 2시에 시작됐지만 아이폰4의 수신불량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어서 국내 누리꾼들은 인터넷 동영상으로 실시간으로 이를 지켜보고 글을 올리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방송통신위원회와 KT는 부랴부랴 “정부 승인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아이폰4를 사기 위해 스마트폰 구입을 계속 미뤄 왔던 소비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심지어 일부 누리꾼은 “한국 정부가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폰4 출시를 고의적으로 미루고 있는 게 아니냐” “국내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식의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이에 KT 표현명 사장은 17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이폰4 출시 연기 소식에 당황했을 것”이라며 “아이폰4 출시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18일 KT는 보도자료를 내고 “당초 7월에 아이폰4를 출시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형식승인을 준비하는 시간이 좀 더 길어지고 있어 1, 2개월 내에 아이폰4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방통위는 “18일 현재 애플은 한국 정부에 인증을 신청한 바 없다”며 “아이폰4의 한국 출시 제외는 한국 정부의 승인과는 무관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KT 관계자는 “KT 무선망에서 아이폰4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좀 더 신중하게 점검하느라 아직 정부에 ‘방송통신기기 인증(전파 인증)’을 신청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아이폰4의 7월 출시가 이미 지난달 8일 예고된 상황에서 유독 한국에서만 테스트 기간이 길어져 시판이 늦어진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잡스 CEO가 “안테나 수신기능 문제는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며 노키아와 블랙베리, 삼성 등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공통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해명한 것과 관련해 정보기술(IT) 업계에선 ‘물귀신 작전’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블랙베리 제조업체인 리서치인모션은 “우리를 애플의 문제에 끌어들이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발끈했다. 모토로라 역시 “자체 조사 결과 ‘드로이드X’가 아이폰4보다 손으로 쥐었을 때 훨씬 더 뛰어난 감도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맞섰다.
잡스 CE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테나 수신기능을 높일 수 있는 고무 재질의 ‘범퍼 케이스’(29달러)를 9월 30일까지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에 만족하지 않는 고객은 구매한 지 30일 이내면 전액 환불해 주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수신기능에 문제가 있음은 시인하면서도 리콜과 관련해서는 “검토 결과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