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철 교수 ‘잡서 금지’ 등 배경 분석
“아버지가 공격 받은 행동 피하려 한 듯”
정조
문체반정의 배경에는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가 소설을 탐독한 것이 한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최용철 고려대 중문과 교수는 16일 고려대 한자한문연구소가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연 ‘중국 고대문화와 동아시아’ 국제학술대회에서 논문 ‘중국소설과 조선왕실’을 통해 “정조가 소설 탐독을 ‘폐단’으로 몰아 비난한 것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소설 애호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도세자가 소설을 좋아했다는 사실은 지난해 화첩 ‘중국역사회모본(中國歷史繪模本)’의 서문이 사도세자의 친필로 확인되면서 입증됐다. 이 서문에는 금병매 육포단과 같은 연정소설을 포함해 수십 권의 소설책 목록이 적혀 있다.
▶본보 2009년 3월 23일자 A13면 참조
[단독]사도세자 최후 친필은 어떤 내용?
최 교수는 이 중 ‘내각에 소장했던 잡서’를 사도세자가 즐겼던 소설로 추측하며 “사도세자의 소설 애호는 전면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의 비행을 비난하는 편에서는 최대의 공격 대상이 되었을 것이고 훗날 국왕에 오른 아들(정조)에게는 가장 원망스럽고 후회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문체반정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지만 그 중 하나로 정조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행동을 피하려 했다는 시각은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