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 노래한 아픈 기억들 솔직 고백”
[Star Interview]
데뷔 13년차. 뮤지션 김윤아에서 아내 김윤아, 엄마 김윤아로 변화해온 그가 자우림 보컬 김윤아가 아닌 솔로 뮤지션 김윤아로 6년 만에 솔로 음반을 내고 대중 앞에 섰다. 서울 합정동에 있는 지하 연습실, 열기 가득한 연습 현장에서 그를 만났다.
“꾸미지 않은 맨얼굴 같은 이야기를 담았어요”
- 이번 솔로 3집 앨범 ‘315360’을 ‘민낯’ 같은 앨범이라고 표현했던데요.
“네. 저를 솔직하게 들어낸 맨얼굴 같은 앨범이에요. 전 곡이 다 저의 경험담이죠. 그런 면에서 민낯이라고 표현했죠.”
- 그렇다면 전 앨범들은 화장으로 맨얼굴을 가린, 풀 메이크업을 했다는 의미인가요?
“음, 비비 크림을 바른 정도?(웃음)”
- 이번 앨범 수록곡들은 유독 울면서 작업한 곡들이 많았다고요.
“타이틀 곡 ‘going home’도 그렇고, 모두 제 체험을 토대로 작업했기 때문에 울면서 만든 노래가 많아요. 실제 제 감정이 담긴 곡들이라 애착이 더 가요.”
“아픔 딛고 일어난 남동생과 함께 노래 불러요”
- 가장 진한 감정이 담긴 곡은 어느 것인가요?
“타이틀곡인 ‘going home’이에요. 작년 남동생이 큰 사기사건에 휘말렸어요.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 몸고생, 마음고생까지 심했죠. 당시 가족들이 느낀 아픔을 노래에 담은 거예요.”
“네. 그 일을 겪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어요. 역시 가족의 힘은 대단한 것 같아요. 다행히 부모님께서도 동생을 다그치기보다 이해하고 감싸면서 사건을 수습하셨죠.”
- 그 일은 잘 마무리 된 거예요?
“네. 동생을 괴롭혔던 사람 중에 한 명은 벌써 교도소에 수감돼 있어요. 전 동생이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단계에서 동생을 범죄의 대상으로 보고 접근했던 사람들에게 너무 화가 났어요.”
- 지금은 많이 안정됐나요?
“물론이죠.(웃음)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어요. 참, 아까 연습실에서 동생(김윤일)과 같이 노래를 불렀는데 혹시 보셨어요?”
- 아, 네. 동생과 함께 콘서트를 준비하는 건가요?
“네. 동생은 다른 직업이 있는데 제가 공연할 때는 듀엣곡도 함께 부르고 코러스도 해요.”
- 다른 직업을 가진 동생과 음악작업을 함께 하는 경우가 드문 일인데요.
“그렇죠. 동생은 저와 목소리가 잘 어울려요. 제 두 번째 솔로 콘서트에도 함께 무대에 올랐고, 자우림 콘서트도 함께 했어요.”
“치과의사인 제 남편의 연예계 복귀도 기대하세요”
- ‘going home’ 뮤직비디오에 남편 김형규씨가 출연했던데요.
(김윤아 솔로 3집 앨범 ‘315360’에 수록된 곡 ‘going home’과 ‘도쿄블루스’는 뮤직비디오로 제작됐다)
“감독님의 배려라고 생각해요. 팀 활동을 하다가 혼자서 뮤직비디오 촬영을 해야 하는 제가 걱정스러우셨나 봐요. 촬영장에 자우림 멤버들과 남편이 함께 있으면 제가 즐겁게 작업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셨는지, 감독님이 먼저 출연을 제안해주셨어요.”
“네. 멤버 3명과 남편의 호위를 받으며 촬영했던 작업이라서 정말 즐거웠어요.”
-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어요?
“뮤직비디오에서 남편이 날 달걀로 저글링을 하다 놓쳐 달걀을 깨트리는 장면이 있는데, 삶은 달걀로 현장에서 무려 2시간 동안 맹연습을 했어요. 이후에 날 달걀로 촬영했죠. 다들 돈독한 사이라서 수다떨며 편안하게 촬영했어요.”
- 남편은 요즘 뭐하고 지내세요?
“치과의사인 현업에 충실히 임하고 있죠.(웃음)”
- 연예계 컴백 의사는 없나요?
“많아요.(웃음) 솔직히 저보다 남편이 말솜씨도 좋고 소위 말하는 ‘연예인 끼’가 많거든요. 그 재능을 분출하지 못하니 아깝죠.”
- 특히 어떤 쪽에 관심이 많나요?
“음…, 전 남편이 탤런트로 컴백하면 좋겠어요.”
- 의외인데요?
“브라운관 속 남편의 모습이 멋있을 것 같아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 김윤아씨가 부르는 남편의 애칭이 있나요?
“네. 전 남편을 ‘벰베라베로’(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요괴이름)라고 불러요. 남편은 저를 릴리스라고 부르죠. 릴리스는 게임 주인공으로 용사예요.(웃음) 둘 다 게임을 아주 좋아해요.”
“단발머리와 몽환적인 메이크업 제가 직접 한 거예요”
“메이크업이나 헤어, 의상 모두 제가 직접 콘셉트를 잡고 진행한 거예요. ‘going home’과 ‘도쿄블루스’ 뮤직비디오를 찍어주신 임성광 감독님께서 다음 뮤직비디오 찍을 때도 직접 메이크업하라고 하실 정도로 칭찬해주셨어요.”
- 대단하신데요.
“아니에요. 단지 곡과 촬영 콘셉트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도쿄블루스’는 간단한 장비로 촬영했어요. 만약 고화질의 최신 장비로 촬영했다면 서투른 솜씨가 들켰겠죠.”
- 도쿄에서 촬영할 때 기억에 남는 일은 없었나요?
“우리가 도쿄타워의 불을 껐어요.(웃음)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을 보면 도쿄타워의 불이 갑자기 꺼져요. 사실은 우연히 잡은 컷이에요. 마지막 엔딩 장면을 촬영하는데 마침 불이 꺼지더라고요. 곡과 잘 어울려서 촬영 직후 다들 그 자리에서 박수를 쳤어요.”
- 마지막 엔딩 장면은 도로가 아닌가요?
“맞아요. 왕복 8차선 큰 도로인데 중앙에서 공사 중이었어요. 스태프들과 함께 무단횡단 해 중앙선 침범 방지턱 난간에 걸터앉아 찍은 장면이에요.(웃음)”
“제대로 살면서 노래로 삶의 찌꺼기와 화를 풀어내고 싶어요”
“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제가 결혼할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으니까요.”
- 또 다른 예측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요?
“제가 가수가 된 거요.”
- 본래 꿈이 가수가 아니었던 거예요?
“가수가 될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막연히 음악을 해야겠다고만 생각했죠.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해요.”
-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나요?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거예요. 나이가 아주 많이 들어도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음악을 하는 건 끝이 없다고 생각해요. 정년퇴직이 없으니까요.(웃음)”
- 아직도 하고 싶은 일들이 넘치는 것 같네요.
“음악은 단지 경력이 길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제대로 살기 때문에 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제대로 살면서 노래로 삶의 찌꺼기와 화를 풀어내고 싶어요.”
글·정은영<더우먼동아 http://thewoman.donga.com 에디터 clfgus1004@hanmail.net>
사진·이기욱<동아일보 출판사진팀 기자>
동영상·이지현<더우먼동아 eTV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