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男대변하는 가사…익숙한 90년대 댄스곡
‘쿨하지 못해 미안해’에 이어 ‘집행유애’로 인기를 끌고 있는 UV의 유세윤(왼쪽)과 뮤지. 사진 출처 뮤지의 미니홈피
‘집행유애’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소심해지는 남자들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네가 키스 잘할 때는 불안해져 난, 나 만나기 전에 얼마나 많이 했는지, 네가 키스 못할 때도 불안해져 난, 연인이라 형식적인 키스하는지” “도대체 안 되는 게 왜 이리 많은가, 문자 이모티콘 왜 안 쓰는가, 잘자 얘기하곤 잠은 자는가, TV 보는가 인터넷하는가”와 같은 가사는 남자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소심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UV가 올해 4월에 발표한 ‘쿨하지 못해 미안해’도 “드럽게 달라붙어서 너무 미안해” “며칠 전엔 0번으로 문자 보냈어, 그럼 알 줄 알았어, 나도 0번으로 문자 올 줄 알았어, 근데 없어! 486으로도 보냈어, 1004로도 보냈어” 등 여러 가사를 통해 남자들의 소심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화면 구성, 색감 등에서 1990년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 시대에 유행하던 뮤직비디오에서 한 번쯤 본 듯한 큰 춤동작과 손짓, 폐차장 등의 배경이 이어진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집행유애’ ‘쿨하지 못해 미안해’ 등이 공감을 얻는 것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한 젊은이들의 자조와 분노를 반영한 것”이라며 “1990년대에 대한 향수와 직접 제작한 UCC도 재미를 배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 프로에서도 잘난 척하고 허세를 부리는 것보다 조금 망가지면서 자기를 드러내는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그동안 너무 있는 척, 허세를 부린 것에 대한 반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