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작가 12명의 ‘기념비적 여행’전…백우진-이혜인 씨의 ‘짓다’전
‘기념비적 여행’전에 선보인 젠첸류 씨의 영상 작품 ‘Under construction’은 철거 중인 도시의 풍경을 애니메이션처럼 담아냈다. 이 전시는 개발 열기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가 어지럽게 뒤얽힌 공간에 대한 아시아 작가들의 시각을 표현한 자리다. 사진 제공 코리아나미술관
마을에 흩어진 공사장을 ‘역전된 폐허’라고 명명한 스미드슨은 긴 세월의 흐름이 쌓여 만든 낭만적 잔해와 달리, 애당초 파괴를 예정한 역설적 풍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이처럼 ‘폐허로서 건설 중인’ 풍경에 주목한 ‘기념비적 여행’전은 개발 이데올로기가 양산해낸 망가진 장소를 드러내며 예술과 공간, 예술과 환경의 관계를 사유하게 이끈다. 전시는 8월 21일까지. 02-547-9177
서울 종로구 관훈동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에서 8월 8일까지 열리는 ‘짓다’전은 시공간의 사적 기억에 초점을 맞춘다. 거친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지하실에서 젊은 작가 백우진 이혜인 씨는 각기 나무 구조물을 만들어 집에 얽힌 독백을 들려준다. 큐레이터 이관훈 씨는 “각자 겪어온 삶의 언저리에서 미술과 환경을 어떠한 기호와 이미지로 맥락화할 것인가에 의미를 둔 전시”라고 말했다. 02-733-0440
젊은 작가 백우진, 이혜인 씨의 ‘짓다’전이 열리는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 전시에선 파괴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지난 추억과 버려진 것을 소재로 새로운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선보인다. 사진 제공 사루비아 다방
계단을 따라 전시된 인도 작가 아툴 발라 씨의 작업도 인상적이다. 1주일간 야무나 지역을 걸으며 만난 풍경과 사람을 사진과 텍스트로 기록한 작품은 작가의 여정에 동참하는 느낌을 준다. ‘리슨투더시티’팀의 경우 서울의 랜드마크를 ‘허구의 기념비’라고 주장하며 실제로 일반이 참여하는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폐허 같은 공간을 탐색하는 이 전시는 아시아가 맞닥뜨린 현실을 보여준다. 발전과 개발의 이름 아래 밀어닥친 폭풍은 한국이든 방글라데시든 어디서도 예외가 없음을.
○ 쓸모없음을 위해 지은 공간
백우진 씨의 설치와 드로잉은 후미진 곳에 자리해 개인적 공간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버려진 것들로 자기만의 집과 우주를 짓듯 공간을 만든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짓는다. 지구라는 별에, 우주라는 공간에 오늘도 짓고 내일도 짓는다. 어제도 지었다. 우주 짓기를 수없이 반복 반복 반복하다가는 해 아래 새것이, 원형의 것이 정녕 없을지 모를 일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