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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특집] 현장에서/아파트광고 ‘이런 판국에’ vs ‘이런때일수록’

입력 | 2010-07-21 03:00:00


주택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취재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더 낮다. 건설사 관계자들까지도 예전 같은 주택경기 호황은 다시 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 할 정도다. 한 건설사 홍보 관계자는 “입사한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 아파트 분양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며 분양시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건설업계의 고충은 광고시장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대박’이 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휴대전화 광고와 더불어 아파트 광고에 출연하느냐 마느냐가 모델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기도 했다. 대형 건설사는 물론이고 중견 업체들도 유명 연예인들과 전속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계약하려는 회사들은 다른 건설사의 모델과 겹치지 않는 새로운 얼굴을 구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최근 상황은 사뭇 다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광고나 홍보 쪽에서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기 마련이고 전속 계약료도 예외일 수 없다.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광고 전속 계약료는 톱 모델 기준으로 여자는 7억∼8억 원, 남자는 5∼6억 원까지 올라갔지만 최근 각각 1∼2억 원씩 내려갔다는 후문이다.

그렇다고 전속계약을 안 할 수도 없는 게 건설사의 고민이다. 모델이 없으면 브랜드 소개 자료나 모델하우스를 꾸밀 때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에 신문광고나 TV광고를 못하더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건설사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전속계약은 유지해도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TV광고는 엄두를 못 내는 형편이다. 모델을 내세워 TV에 내보낼 광고를 만들었더라도 방송사에 추가로 내야 할 광고비가 없어서 이미 만들어 놓은 광고를 묵혀두는 업체도 있으며 TV광고를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기간을 정해서 짧게 할 수밖에 없다. TV나 신문지면, 그리고 지하철에 설치된 대형 광고판에서도 아파트 브랜드 광고는 크게 줄었다.

하반기 대형 단지 분양을 앞둔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규모가 커서 TV광고를 해야 하지만 돈 나올 곳이 없어서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건설업체 광고 일을 주로 하는 한 광고대행사 대표도 “부동산 호황기에는 중견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덕분에 일거리가 많았지만 요즘은 정말 한 건 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몇몇 건설사는 아직까지도 톱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노출효과가 큰 톱 모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SK건설은 올해 5월부터 인기 여배우 손예진 씨와 전속계약을 했고 포스코건설은 이번 달 영화배우 장동건 씨와 재계약을 해 9년 연속 ‘포스코 더샵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광고비 삭감으로 노출기회가 줄어든 만큼 한번만 봐도 바로 인식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한 때”라고 역발상식 접근을 강조했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동산 광고에도 건설사별로 대응방식이 점점 차이 나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번 어려움이 건설사마다 특화된 영역을 개척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