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국내 최대의 중고차 시장인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자동차 매매단지는 한마디로 ‘썰렁’했다. 몇몇 점포의 직원들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거나 차를 세우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손님도, 자동차도 오가는 광경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호객행위에 지친 직원들은 공원 벤치에 앉아 줄담배를 피웠다.
“휴가철에는 대개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져요. 그래서 차 값도 6, 7월에 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죠. 하지만 웬걸, 매출이 늘지 않아요.”
한 상인이 “현대자동차의 ‘i30’이나 GM대우자동차의 ‘마티즈’ 같은 경차, 놀러 가기 좋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그나마 팔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렇게 푸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복병은 수입 중고차들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스타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입 중고차가 소비자 곁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수입 중고차 전문 매매단지인 서울 양재동 서울오토갤러리 매장은 상대적으로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BMW 매장 직원은 “작년에 비해 올해가, 또 지난달 대비 이번 달 판매량이 늘었다”며 “보통 단일매장 기준으로 한 달에 80대 정도 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격을 알아보니 BMW ‘530i’ 2002∼2003년식은 1600만∼1800만 원 대에, 2004년식은 3000만 원 대에 살 수 있었다.
중고차 시장을 보면서 싼 가격에 오랫동안 탈 수 있는 차를 구입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산차 회사들이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