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한미 대북정책은
한국과 미국의 외교안보 수장들은 21일 사상 첫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에서 북한에 한목소리로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금껏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미국의 제재를 예고했다. 앞으로 한미가 북한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 압박에 무게 둔 대북정책
한미 양국이 밝힌 천안함 이후 대북정책은 강력한 압박에 무게가 실려 있다.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이후에나 대화에 나서겠다는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북한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금융제재 조치를 밝힘으로써 이 문제는 반드시 처리하고 갈 것임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클린턴 장관은 ‘북한 외교관의 면책특권 남용’까지 거론했다. 북한 외교관들이 그동안 면책특권을 악용해 해외 공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바칠 고가품을 밀수입했던 관행을 겨냥한 것이다.
한미 양국의 이 같은 인식은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의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시인,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천안함 ‘출구전략’을 논의할 때가 아니며 당분간 5·24 대북제재 조치가 지속될 것임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따라서 6자회담 재개 등 대화 국면으로 기류가 바뀌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6자회담 재개에 소극적인 것은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던 5자공조가 흐트러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과정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다소 틀어졌기 때문에 당장 6자회담을 열면 한미일 3국 대 북중러 3국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당분간은 그동안 흐트러진 5자 간의 공조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제 공은 북한으로
클린턴 장관은 이날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밝히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에 ‘탈출구’를 제시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핵 비확산 의지를 밝힌다면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선택은 북한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한미의 대북 압박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2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무대에서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외교적 승리라고 주장하는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도 천안함 사건을 남측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 태도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강력한 대북 제재를 경고한 한미 양국이 고민하는 대목은 바로 이 같은 북한의 무모한 태도이다. 북한이 대결 분위기를 이어 나간다면 한반도의 긴장과 갈등도 고조될 수밖에 없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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