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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est]스바루 ‘레거시’ 2.5L

입력 | 2010-07-23 03:00:00

평범한 첫인상에 실망? 비범한 코너링에 감탄!




스바루의 중형 세단인 ‘레거시’의 외관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타원형에 별 6개가 들어 있는 엠블럼이다. 차를 처음 봤을 때 엠블럼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엠블럼인 경우는 드물다. 레거시의 엠블럼이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5월부터 한국에서 판매한 스바루의 인지도가 낮은 탓도 있겠지만 차의 전체적인 외관이 튀지 않고 보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레거시의 겉모습은 취향에 따라서 밋밋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스바루는 국내에 4기통에 무단 변속기를 장착한 2.5L와 6기통에 5단 자동변속기를 단 3.6L 등 두 가지 레거시 모델을 출시했는데 시승한 차량은 2.5L 모델(사진)이었다. 최고출력은 172마력, 최대토크는 23.5kg·m으로, 최고출력 175마력에 최대토크가 23.6kg·m인 도요타 캠리와 비슷했다.

인상적이지 않은 차의 외관과 달리 승차감은 인상적이다. 다른 세단에서는 볼 수 없던 독특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려도 차가 바닥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어 안정감이 느껴진다. 고속으로 달리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배가 고요한 바다를 헤쳐 나가듯이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이 차의 진가는 코너링을 할 때 드러난다. 고속도로 나들목을 통과하면서 속도를 크게 줄이지 않아도 차체가 한쪽으로 급하게 쏠리지 않고 무난하게 빠져나갔다. 이런 탁월한 코너링은 스바루가 자랑하는 수평 대향형 박서 엔진과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의 합작품이다. 수평 대향형 박서엔진은 수직으로 움직이는 일반 피스톤과 달리 피스톤이 좌우로 움직이기 때문에 엔진의 높이가 낮아져 차의 무게중심도 낮아진다. 이 엔진은 진동을 작게 하는 효과도 낸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은 도로 여건에 따라 각 바퀴에 주어지는 힘의 양을 조절해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이런 기계적인 우수성 덕분에 레거시는 전문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 미국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인 에드먼즈닷컴이 페런츠매거진과 공동 주관한 ‘2010 베스트 패밀리카’에 선정됐고, 미국 금융전문지인 키플링어가 매년 발표하는 신차 구매가이드에서 올해 2만5000∼3만 달러 부문 ‘베스트 신차’로 뽑히기도 했다.

미국에서 기술적인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국내 판매 성적은 저조하다. 2.5L와 3.6L 모델을 합쳐도 5월과 6월 레거시 판매량은 62대.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낮은 인지도에 비해 높은 가격 때문으로 보인다. 2.5L가 3690만 원, 3.6L가 4190만 원으로 경쟁 모델보다 100만∼200만 원 비싸다. 감성 품질도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