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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미소금융 현장방문… 상인 대출경력에 탄식

입력 | 2010-07-23 03:00:00

“고금리 사회정의에 안맞아… 현장 몰랐다”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2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포스코 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과 대출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대통령 바로 옆에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앉아 있고, 진동수 금융위원장(왼쪽)은 고개를 숙인 채 뭔가를 적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재래시장에 위치한 포스코 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을 만났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에게 소액을 빌려주는 미소금융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서민의 눈에서 점검하겠다”는 뜻이라고 청와대는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출 신청을 하러 온 정모 씨(42·여)의 대출 신청 서류를 꼼꼼히 살펴봤다. 여성의류 판매업을 하는 정 씨는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1∼10등급 중 8등급)로 정상적인 은행 대출이 불가능하지만 미소금융을 통해 가게운영자금 1000만 원 대출을 희망했다.

이 대통령은 정 씨가 돈을 빌렸던 대기업 계열 캐피털 회사가 적용한 대출금리가 연 40∼50%에 이른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대출 서류를 넘겨보던 이 대통령이 캐피털사 대출 이자율을 묻자 정 씨는 “연 40∼50%”라고 답했고 곁에 있던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미소금융 대출상품의 연 이자율은 2∼4.5%다. 동아일보 확인 결과 정 씨의 해당 캐피털사 대출 이자율은 연 35%였다. 정 씨는 캐피털사와 대부업체에서 동시에 대출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의 질문에 대부업체 이자율을 캐피털사 이자율인 것처럼 잘못 답변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정 씨의 답변에 착오가 있긴 했지만 연 35%의 캐피털사 이자율 역시 연 40%대인 대부업체에 비해 많이 낮은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캐피털사의 높은 이자율을 전제로 정 씨와 얘기를 나눴다.

“이자 많이 받는 것 아닙니까, 금융위원장. 사채(私債) 하고 똑같잖아요.”(이 대통령)

“(대출자의) 신용이 좀 안 좋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진 위원장)

“신용이 좋으면 여기서 돈 빌리나요. (시장 상인들이) 구두 팔아서 40% 넘는 이자를 어떻게 갚을까. (사채업자들의) 일수(日收) 이자보다 더 비싸게 받아서 어떻게 하지요?”(이 대통령)

“(캐피털사가 돈을 마련하는) 조달 금리가 높습니다. 채권 이자로 하니까요.”(진 위원장)

“(정 씨의 대출 서류를 계속 읽어보면서) 사회 정의상 안 맞아. 상상도 못했어요. 내가 현장을 몰랐다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이 대통령)

이 대통령은 정 씨에게 “(정 씨가 대출받은 캐피털사가 소속된) 이 그룹이 미소금융도 하죠? 이 그룹 미소금융에서 돈 빌려서 이 그룹 소속 캐피털에 갚는 걸로 해봐요”라고 조언했고 정 씨는 “아, 그러면 되겠네요”라고 대답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대기업은 몇 천억 원, 몇 조 원 이익이 났다는데 없는 사람은 죽겠다고 하니까 심리적 부담이 되지 않느냐”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가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젊을 때 시장에서 장사하던 시절의 일화도 떠올렸다. 그는 “유일하게 빌릴 수 있는 게 일수다. 장사하다 보면 안 될 때도 있고 해서 일수하러 오는 사람 얼굴 보기가 겁이 나고 불안하다”며 서민들의 애환에 체험을 바탕으로 한 공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 상인들과 사진을 찍고 만두를 나눠 먹었다. 이어 미소금융에서 돈을 빌린 3명 등 시장 상인들과 재래시장 내 국숫집에서 콩국수로 오찬을 함께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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