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사회정의에 안맞아… 현장 몰랐다”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2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포스코 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과 대출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대통령 바로 옆에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앉아 있고, 진동수 금융위원장(왼쪽)은 고개를 숙인 채 뭔가를 적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날 대출 신청을 하러 온 정모 씨(42·여)의 대출 신청 서류를 꼼꼼히 살펴봤다. 여성의류 판매업을 하는 정 씨는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1∼10등급 중 8등급)로 정상적인 은행 대출이 불가능하지만 미소금융을 통해 가게운영자금 1000만 원 대출을 희망했다.
이 대통령은 정 씨가 돈을 빌렸던 대기업 계열 캐피털 회사가 적용한 대출금리가 연 40∼50%에 이른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대출 서류를 넘겨보던 이 대통령이 캐피털사 대출 이자율을 묻자 정 씨는 “연 40∼50%”라고 답했고 곁에 있던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미소금융 대출상품의 연 이자율은 2∼4.5%다. 동아일보 확인 결과 정 씨의 해당 캐피털사 대출 이자율은 연 35%였다. 정 씨는 캐피털사와 대부업체에서 동시에 대출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의 질문에 대부업체 이자율을 캐피털사 이자율인 것처럼 잘못 답변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정 씨의 답변에 착오가 있긴 했지만 연 35%의 캐피털사 이자율 역시 연 40%대인 대부업체에 비해 많이 낮은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캐피털사의 높은 이자율을 전제로 정 씨와 얘기를 나눴다.
“(대출자의) 신용이 좀 안 좋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진 위원장)
“신용이 좋으면 여기서 돈 빌리나요. (시장 상인들이) 구두 팔아서 40% 넘는 이자를 어떻게 갚을까. (사채업자들의) 일수(日收) 이자보다 더 비싸게 받아서 어떻게 하지요?”(이 대통령)
“(캐피털사가 돈을 마련하는) 조달 금리가 높습니다. 채권 이자로 하니까요.”(진 위원장)
“(정 씨의 대출 서류를 계속 읽어보면서) 사회 정의상 안 맞아. 상상도 못했어요. 내가 현장을 몰랐다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이 대통령)
이날 이 대통령은 “대기업은 몇 천억 원, 몇 조 원 이익이 났다는데 없는 사람은 죽겠다고 하니까 심리적 부담이 되지 않느냐”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가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젊을 때 시장에서 장사하던 시절의 일화도 떠올렸다. 그는 “유일하게 빌릴 수 있는 게 일수다. 장사하다 보면 안 될 때도 있고 해서 일수하러 오는 사람 얼굴 보기가 겁이 나고 불안하다”며 서민들의 애환에 체험을 바탕으로 한 공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 상인들과 사진을 찍고 만두를 나눠 먹었다. 이어 미소금융에서 돈을 빌린 3명 등 시장 상인들과 재래시장 내 국숫집에서 콩국수로 오찬을 함께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