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략실 축소-예산편성 이견
당내외 비판에 대미 관계도 삐걱

주목되는 것은 한동안 조용하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주 측근들에게 “간 총리가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21일엔 “총리는 정보가 많은데도 선거에서 오판을 했다. 경제가 좋아지지 않으면 소비세를 올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간 총리가 여론을 잘못 읽고 소비세 인상을 주장하는 바람에 선거에서 졌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최근 간 총리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간 총리의 맹우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도 참의원 선거 패배를 거론하면서 “이럴 줄 알았더라면 총리 직에서 괜히 물러났다. 간 총리가 나 때문에 졌다고 하는데, 사과하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정치인생을 건 ‘사퇴 결단’이 간 총리의 선거 패배로 빛이 바랬다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이나 국가전략실 강화 등 하토야마 내각의 주요 방침이 간 내각에서 하나하나 폐기되는 것도 못마땅하다.
9월 민주당 대표 선거 때 간 총리와 권력 쟁탈전을 준비하고 있는 오자와 그룹에 비(非)오자와 그룹 일부가 가세한다면 간 총리로서는 힘겨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과 ‘모두의 당’ 등 야당은 민주당의 협조 요청을 거부하면서 비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공동여당인 국민신당조차 야당인 사민당과 손을 잡기 위해 안달이다.
미일관계에서도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 미국은 당초 간 내각 출범에 호의적이었으나, 일본이 후텐마(普天間) 세부사항 결정 시한을 8월에서 더 미루려 하자 비판적으로 돌아설 태세다. 하토야마 내각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일본에선 “미국이 한국과 외교·국방장관의 ‘2+2회담’으로 찰떡궁합을 과시하면서도 일본에는 들르지도 않는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