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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문화경영의 놀라운 힘

입력 | 2010-07-24 03:00:00

60명 직원이 年500억 매출 올리는 ‘성도GL’ 아십니까

직원에 돈주며 ‘年10회이상 공연관람’ 의무화
애사심-몰입도 높아져 윤택한 회사로 급성장




6월 5일 경기 파주시 헤이리에서 열린 ‘제7회 헤이리 오케스트라’ 연주회. 성도GL은 2007년부터 헤이리 오케스트라를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성도GL

《회사원 김효린 씨(29·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클래식 연주회를 본 건 2005년 그래픽 솔루션 회사인 성도GL(대표 김상래)에 입사하고 나서다. 직원들에게 따로 돈까지 주면서 매년 최소 10회 이상의 문화 예술 공연을 보도록 ‘강요’하는 회사 방침 덕택이었다. 현재 성도GL 문화마케팅 팀장으로 있는 김 씨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관람한 생애 첫 클래식 연주회에서 받았던 감흥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부터 문화적 품격을 갖춰야 시장에서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믿는 회사의 경영 철학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체 직원 60여 명으로 지난해 500억 원대 매출액을 올린 성도GL은 중소기업으로서 성공적인 문화예술경영을 펼치고 있는 대표 업체다. 그간의 문화예술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기업혁신대상 국무총리상(2005년), 사회책임경영 부문 중소기업청장표창(2007년), 중소기업 문화대상(2009년) 등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2호에 게재된 성도GL 케이스 스터디를 요약 정리한다.

○ 문화예술경영, 행복한 일터를 만들다

성도GL은 김상래 대표가 부친의 뒤를 이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경영에 나섰다. 김 대표는 문화예술경영이 단순히 CEO의 취향에 기반을 둔 한가한 사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 직원이 문화예술과 관련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게 문화예술경영의 시작이라고 봤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문화예술경영이 왜 성도GL의 핵심 가치가 될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오랫동안 생각한 결과 김 대표는 업(業)의 본질에서 가치를 찾았다. 이전에는 단순히 인쇄용 필름, 기자재 판매로만 인식됐던 회사의 핵심 가치를 문화와 연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성도GL의 비전이 문화 콘텐츠를 세상에 구현하는 일종의 문화지원 사업이라는 가치관을 정립했다. 업의 재조명을 통해 문화예술경영을 기업 철학으로 격상시킨 셈이다.

새롭게 정립된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성도GL은 8년 넘게 적극적인 문화예술 경영을 펼쳐오고 있다. 오페라 전문가, 큐레이터 등을 초빙해 직원을 대상으로 문화 소양 교육을 하고 부부·자녀 동반 각종 문화 공연 행사를 자주 기획해 온 가족이 함께 공연을 관람토록 하고 있다.

성도GL이 적극적인 문화예술경영을 펼치는 이유는 문화활동을 통해 직원들이 예술가들의 창조성과 감수성을 느꼈으면 하는 취지 외에 ‘행복한 일터’ 조성을 통해 애사심을 높이고자 하는 이유도 있다. 애사심은 일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 결국 업무 성과 역시 높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행복한 직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김 대표가 직원들에게 보이는 관심과 애정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직원들에게 자주 친필 편지를 보내거나 직원 가족들에게 전화를 건다. 서울에 혼자 올라와 자취하고 있는 직원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식이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출산한 여직원에게 최고급 미역을 선물하고 결혼기념일에는 배우자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한다고 말한다.

성도GL의 문화예술경영은 실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우선 2002년 300억 원대였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500억 원대로 늘었다. 외형 성장뿐 아니다.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 숙명여대, 한국메세나협회 주관으로 시행한 문화경영 효과 조사에서 성도GL은 조직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도GL은 문화예술경영을 한 1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평균치보다 높은 충성도를 나타냈다. 동종업계의 평균 이직률이 30%인 데 비해 성도GL의 이직률은 1∼2%대다.

○ 문화마케팅으로 고객과 더욱 가까워지다

2002년 CEO 취임 후 김 대표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게 공연 티켓을 고객사에 제공하는 문화접대다. 이전까지는 주로 음주가무 접대를 했지만 그는 과감히 문화접대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문화접대야말로 음주 접대, 리베이트 같은 불투명한 관행을 없애는 생산적이고 윤리적인 방법이라고 믿었다.

처음 문화접대를 시작했을 때 기존 접대 관행에 익숙했던 일부 고객은 김 대표에게 “수억 원짜리 기계를 사줬는데 술 한잔 안 사냐”며 노골적인 반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에 굴하지 않고 문화접대를 계속 밀어붙였다. 감사의 표시는 제도권 안에서 합리적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술이 아니면 관계 형성이 되지 않는 문화를 근절하고 문화마케팅을 통해 고객 가치 증진에 기여함으로써 고객들에게 평가받자고 영업부 직원들과 다짐했다. 음주가무를 즐길 시간에 고객의 가치 증진에 도움이 될 창의적 대안을 더 생각해내자는 자세로 임했다.

처음엔 공연 티켓의 절반가량을 날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오기로 했는데 정작 공연 당일 나타나지 않는 고객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점차 고객의 가치를 우선시한다는 문화접대의 취지에 동감하는 고객사가 늘어났다. 또 부부 및 가족 동반 초청 행사를 자주 하면서 고객사 대표의 부인들이 누구보다도 좋아했다. 일부 고객사 대표의 부인들은 성도GL 홈페이지에 직접 감사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성도GL의 직원들은 고객과 함께 문화예술공연을 관람하면서 더욱 긴밀히 소통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나는 책임, 믿음을 갖고 문화예술경영을 하고 있다. 사업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탁월한 소통을 촉진하는 게 바로 문화예술 경영이다. 창조적 소통과 윤리 경영을 가능케 하는 문화예술 경영이야말로 ‘창조 경영의 모멘텀’이다. 문화가 주는 감동을 고객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 문화예술경영으로 지역 사회와 소통


성도GL은 직원과 고객뿐 아니라 지역사회 문화 지원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200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삼더펀드’가 대표적 사례다. 삼더펀드란 낙후지역 아동들의 문화체험 활동을 위한 기금이다. 스마터(Smarter) 스피디(Speedy) 스마일(Smile) 등 ‘3S’를 더 하자는 ‘삼더’ 정신에서 이름을 따 삼더펀드라고 지었다. 삼더펀드의 기금은 직원들이 매달 급여의 1%를 기부하면 회사가 직원이 내는 금액과 같은 금액을 기부해 만들어진다. 단발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펀드를 만들어 지속적인 후원을 한다는 게 특징이다. 올해부터는 단순히 금전적으로만 도움을 주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낙후 지역 아동들을 직원들의 집으로 초청해 묵게 하는 홈스테이도 계획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 후원도 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의회의 중소기업 매칭펀드를 통해 지원하게 된 헤이리오케스트라는 연간 두 번 공연한다. 공연 때마다 성도GL 전 직원이 가족들과 함께 참석하는 건 기본이고 고객 가족과 해외 귀빈들까지 초대한다. 자연스럽게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2008년엔 50억 원을 들여 경기 파주시 헤이리에 총면적 1990m²(약 602평) 규모로 복합 예술관 ‘공간 퍼플’을 세웠다. 미술관 운영비용 및 상주 직원 인건비로 연간 4억 원 이상(전시회 개최 비용 제외)이 소요되지만 예술을 통한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 위해 모든 전시회를 무료로 기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오키 노에, 최만린, 이강소, 곽인식, 이우환 등 국내외 최정상급 예술가들의 전시회가 공간 퍼플을 거쳐 갔다.

전시회가 있는 주말에는 관람객이 많이 모이는 것을 감안해 상주 직원 외에 성도GL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를 짜서 일손을 돕고 있다. 1년에 다섯 차례가량 순서가 돌아오는데 직원들은 자기 차례가 되면 가족들과 헤이리를 방문해 상주 직원을 돕는다. 관람객들에게 전시회를 설명해 주면서 직원들 스스로 큐레이터로서의 경험을 해 보는 셈이다.

성도GL은 문화예술 경영을 직원들은 물론이고 고객, 지역사회와 함께 해 나가면서 소통의 저변을 확대했다. 특히 지역사회를 위해 펼치고 있는 문화예술 지원으로 성도GL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직원들은 회사에 더욱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성도GL은 어떤 회사

1974년 설립한 성도GL은 인쇄출판 장비 및 문서편집 프로그램 솔루션 개발업체다. 세계적 필름업체인 후지필름의 그래픽아트그룹 한국 총책임 기업이기도 하다. 신문사 및 국내 인쇄·출력기업들에 제판·출력용 필름,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에 필요한 공업용 필름, 인쇄용 PS플레이트(감광액이 도포된 평판인쇄용 판재), 현상 관련 화공약품 등 인쇄 출판 관련 제반 소모품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디지털 입출력 장비 및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2호(2010년 8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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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로 피라미드 잰 탈레스 ‘치환의 지혜’/▼ 통찰모형 스핑클

 

그리스의 이름난 과학자 탈레스는 이집트의 왕 파라오에게서 피라미드의 높이를 측정해 달라는 까다로운 주문을 받았다. 지금이라면 인류가 축적해 놓은 지식을 활용해 간단히 피라미드의 높이를 구했을 것이다. 2500여 년 전에는 그리 쉽지 않은 과제였다. 하지만 탈레스는 단 하루 만에 피라미드의 높이를 정확하게 측정했고, 그 방법까지 소상히 알려줬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을까. 그는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도구로 바꿔 문제를 해결하는 ‘치환’의 지혜를 활용했다. 탈레스의 ‘치환’이 보여준 통찰력은 현대에서도 유용하다. 1911년 자동차 백미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카레이서 레이 하룬이 대표적 인물이다. 한국에서도 ‘치환의 지혜’를 찾아볼 수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6·25전쟁이 치열하던 1952년 2월 유엔군사령부의 연락을 받았다. 부산 유엔군 묘지에 푸른 잔디를 깔아달라는 것이었다. 한겨울에, 그것도 전쟁 통에 묘지에 깔 잔디를 구해달라는 요청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일처럼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정 회장은 탈레스 못지않은 ‘치환의 통찰’로 이 문제를 거뜬히 해결했다. 정 회장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10년간 통찰력 분야를 연구한 신병철 WIT 대표가 8000여 개의 사례를 분석해 체계화한 모형을 토대로 통찰을 이끌어내는 실무 솔루션을 제시한다.

파트너간 신뢰 높았는데 혁신에 실패한 까닭/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다임러벤츠와 디자인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시계 브랜드 스와치의 합작 개발로 화제를 끌었던 소형차 스마트. 도발적인 디자인이 드디어 빛을 보고 있는 것일까. 이 초소형 자동차의 주문은 날로 늘고 있다. 반면에 푸조와 피아트가 공동 개발한 미니밴의 상황은 다르다. 양사의 우호적 관계 속에서 개발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두 합작 프로젝트의 명암(明暗)이 갈린 이유는 뭘까. 이는 공통의 비전, 문화적 유사성, 공정성과 공평성, 상호 신뢰에 기초한 우호적인 관계가 성공으로 이어지고, 신뢰를 상실한 허약한 협력 관계는 재앙을 낳는다는 대다수 학술 연구 결과와 어긋나 보인다. 신뢰는 파트너십의 창의성과 혁신성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핵심적 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높은 신뢰를 유지했는데 혁신에 실패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오히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파트너십이 예상 밖의 성공을 한 사례가 적지 않다. 신뢰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것은 아닐까. 신뢰가 때로는 혁신의 진짜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최적 수준의 신뢰’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가 파트너십의 신뢰에 대한 여러 의문점을 집중 해부했다.

소통의 정석? 최고 전략은 ‘진심 커뮤니케이션’ /▼ 감성 커뮤니케이션 방법론

 

A전자 김 과장의 머릿속에 차세대 수익모델이 될 기막힌 신제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성공에 대한 강한 확신도 들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관련 부서나 윗사람에게 설득할 일이 까마득했다. 임원 승진을 앞둔 상사는 실패 위험이 큰 새로운 사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시킨 일이나 잘하라고 할 게 뻔하다. ‘내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고민하던 김 과장은 결국 뜻을 접는다. 기업 현장에서 김 과장과 같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글로벌 컨설팅사 타워스왓슨이 내놓은 ‘2010 글로벌 인적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48%가 업무에 대한 열의 없이 마지못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 리더십에 대한 만족도는 37%에 불과했다. 이는 조사 대상 22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무 몰입도가 높은 직원은 전체의 6%로 세계 평균(21%)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기업의 사내 커뮤니케이션(internal communication)은 여전히 사보 제작이나 연말 이벤트 개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제대로 된 사내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무엇일까. 박일준 인컴브로더 대표가 감성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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