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문구 조율 진통
남북한과 미국, 중국은 23일 베트남 하노이 국가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천안함 폭침사건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ARF는 이날 오후 폐막 때까지 의장성명을 채택하지 못했으며 폐막 이후에도 성명 문안을 놓고 남북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의장성명 채택은 24일로 미뤄졌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3일 27개국이 참여한 자유토론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공격을 규탄했고 북한에 의한 새로운 적대행위를 방지할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북한이 이런 도발행위에 대해 명확하고 진실되게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유 장관은 “북핵 문제가 6자회담을 통해 포괄적이고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천안함 문제의 진상을 객관적으로 밝히기 위해 검열단 파견을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 남측의 사과 요구는 적반하장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4시간여 동안 진행된 오늘 회의에서 27개 회원국의 상당수가 천안함과 북핵 문제를 거론했으며 대부분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의 내용을 지지하고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애도를 표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미국은 장외에서도 공방전을 벌였다. 북한 대표단 대변인인 이동일 외무성 군축과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은 안보리에 끌고 갔다가 실패한 조작극”이라며 “우리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장관도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며 “북한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를 통해 한국의 방어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지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편 의장국인 베트남은 이날 오전부터 ARF 의장성명 초안을 회람시킨 뒤 남북한을 상대로 밤늦게까지 조율작업을 벌였으나 최종 문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한국은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북한의 책임을 거론하고 천안함 공격을 규탄한 만큼 ARF 의장성명에도 ‘공격(attack)’ ‘규탄(condemnation)’ 등의 표현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북한은 “천안함 문제가 완전히 규명된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표현이 포함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