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종류만 4000개 넘어10만명당 748명 수감 세계 1위
인구 10만 명당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이 평균 748명으로 세계 최고인 나라. 재소자가 세계 최대 인구국가인 중국보다도 많은 230만 명에 이르는 나라. 슈퍼파워라기보다 ‘감옥국가’로 불려야 할 미국의 현주소다. 미국 성인 100명당 1명이 철창 안에 갇혀 있는 셈인데 가석방자 및 보호관찰 대상자까지 합치면 성인 31명당 1명은 교정당국의 감시 감독을 받는다. 10만 명당 재소자 수로 보면 영국의 5배, 독일의 9배, 일본의 12배나 된다.
영국 경제전문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미국에 이처럼 재소자가 득실거리는 이유를 미국의 법체계가 가진 세 가지 오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첫째, 너무 많은 사람을 너무 오래 수감하고, 둘째, 굳이 불법화하지 않아도 되는 행위를 범죄로 만들며, 셋째, 법률 조문이 너무 모호해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오류가 발생한 데에는 범죄를 줄이려면 법이 엄해져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한다.
1970년까지만 해도 미국 성인 400명당 1명 정도가 재소자였다. 현재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이즈음 강력범죄가 증가하자 시민들은 더욱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고, 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은 이에 따라 법률을 더 엄격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살인, 강도, 성폭행 같은 중범죄가 아닌 범죄에 대한 징역형 선고가 잦아지고 형기도 길어졌다.
처방전 없이 구입한 치료용 진통제 14∼28g을 소지하면 최소 3년, 200g 이상을 소지했다면 최대 15년형을 선고받는다. 캘리포니아 주의 ‘삼진아웃 제도’는 중범죄가 아니어도 무기징역형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보수적 성향의 앨라배마 주에서는 자전거를 훔쳤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을 살기도 한다. 4000개가 넘는 범죄종류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형사처벌 대상 규정도 선량한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더욱이 이들 법률, 규정의 내용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조차 어려워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대표적으로 모호한 사례는 기업지배구조와 환경관련 법률 및 규정이라고 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