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진출 선배 김태균의 평가
일본 프로야구 롯데의 4번 타자 김태균(28)은 농담 삼아 스스로를 ‘부동의 삼진왕’이라고 부른다. 그는 전반기에만 94개의 삼진을 당해 퍼시픽리그 1위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삼진을 당했던 2003년(106개)을 곧 넘어설 추세다.
23, 24일 양일간 치러진 일본 올스타전에서 만난 김태균은 이에 대해 “일본 투수들의 볼 끝이 워낙 좋다. 또 공이 손을 떠나는 순간에도 직구인지 변화구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분명히 볼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방망이가 따라 나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태균이 대표적으로 예로 든 선수는 소프트뱅크의 왼손 투수 스기우치 도시야(30). 김태균은 올 시즌 다승과 탈삼진 1위인 스기우치를 상대로 홈런을 2개나 쳤다. 하지만 삼진도 5개나 당했다. 김태균은 “키가 175cm밖에 안 되는 스기우치는 직구도 빨라야 시속 145km 정도다. 그런데 공이 이미 포수 미트에 들어간 뒤 내가 스윙을 하고 있더라. 정말 볼 끝이 장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다승(13승)과 평균자책(1.57), 탈삼진(147개) 등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화 류현진에 대해 “현진이의 제구는 정말 일품이다. 직구든 체인지업이든 실투가 거의 없다”면서 “지금껏 상대해 본 어떤 일본 투수와 비교해도 뒤떨어지는 점이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의 투구 폼 역시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 투수는 직구를 던질 때와 변화구를 던질 때 투구 자세에 미세한 차이가 있는데 류현진은 언제나 일정하다. 심지어 세트 포지션에서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제구력 좋고 투구폼도 일정 日어떤 투수에게도 안밀려
김광현은… 초속-종속 차이 등 다듬으면 日서도 좋은 성적 낼 수 있어
하지만 류현진과 다승 선두 다툼을 벌이는 SK 김광현(22·12승 2패)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멀었다”고 했다. 김태균은 “광현이도 일본에서 뛸 만한 좋은 투수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직구 제구가 들쭉날쭉하고 공도 휙휙 날리는 스타일이다. 초속과 종속 차이가 좀 난다. 그런 공으로는 한두 경기는 잘 던질지 몰라도 꾸준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홈런 친 류현진… 사상 첫 고의볼넷…▼
주말 프로야구 올스타전 재미-승부 함께 잡은 축제로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8개 구단을 대표하는 거포들의 자존심 대결에 처음 나선 선수는 전반기 최고 투수 류현진(한화)이었다. 류현진은 2006년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타석에 선 적이 없다. 7아웃 단판제로 진행된 경기에서 그는 오른쪽 타석에 서서 홈런 1개를 날렸다. 국내에선 진기한 ‘좌투우타 슬러거’의 탄생이었다.
LG 왼손 에이스 봉중근도 “방망이로라도 현진이를 이겨야겠다”며 레이스에 참가해 역시 1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두 명 모두 자발적으로 홈런 레이스에 참가했다. 역대 최다인 10개의 홈런을 때린 김현수에게는 못 미쳤지만 두 에이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경기에서도 다양한 기록이 나왔다. 1회 이스턴리그의 홍성흔, 카림 가르시아(이상 롯데)가 역대 5번째 연속 타자 홈런을 날렸고 7회에는 둘 앞에 양준혁(삼성)까지 세 타자 연속 홈런(역대 최초)이 터졌다. 양준혁은 올스타전 최고령 홈런 기록(41세 1개월 28일)을 경신했다. 경기는 이스턴리그 황재균(롯데)의 역대 2번째 끝내기 안타로 끝났다. 9회에는 올스타전 사상 처음으로 고의 볼넷이 나오는 등 막판 승부는 정규 경기 못지않았다.
5타수 4안타(2홈런) 3타점으로 MVP에 선정된 홍성흔은 “과거에 비해 선수들이 올스타전을 축제로 즐길 뿐 아니라 승부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진정한 야구 축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시작 2시간 30분 전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올스타전 연기를 걱정해야 했던 것은 옥에 티였다.
대구=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